나흘째 경남고 선수들이 비에 젖은 그라운드만 보고 발길을 돌렸다. 수도권에 내린 기록적 폭우의 탓도 크지만, 서울시의 불통행정이 기름을 부었다.
11일 열릴 예정이던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16강전 경남고와 덕수고의 경기. 오전 9시 개시 예정이었으나 엉망진창이 된 그라운드 정비를 위해 오후 1시로 미뤄졌다.
흙이 아니라 펄밭으로 변해버린 목동구장 내야 그라운드.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커 한 눈에 봐도 도저히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상태였다.
엉망진창인 내야를 더 가까이 살펴보고자 그라운드로 향했다. 취재진을 만난 그라운드를 정비 중인 목동구장 관계자는 큰 아쉬움을 토로했다.
“목동구장을 관리하는 서울시 직원들이 해가 쨍쨍난 어제(10일) 그라운드 문을 열어줬더라면 이정도로 심하진 않았을 겁니다”
비가 잠시 멈춘 지난 10일 그라운드의 내야 방수포를 걷게 해주었다면, 흙이 마를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최악의 그라운드 상태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9일(화요일) 폭우를 예상해 11일부터 경기를 재개하기로 한 대통령배 고교야구. 10일은 아예 경기가 없는 날이니 목동구장을 관리하는 서울시 관계자는 그라운드 상태에 대해 나몰라라 했다고.
어른들의 불통과 행정편의주의 탓에 경기 당일인 오늘(11일) 비는 그쳤지만 경남고와 덕수고 선수들은 또다시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서울로 상경한 경남고 선수들은 경기도 못하고 나흘째 숙소에 머물고 있다. 경기가 오후 1시로 미뤄진다는 소식에 경남고 선수들은 “어디로 가지, 어떻게 하나” 라며 당황스러워했다.
월요일, 화요일 그리고 목요일 그라운드에 도착해 짐만 풀었다 또다시 숙소로 향한 경남고 선수들의 뒷모습이 애처로웠다. 천재지변은 막을 수 없지만, 인재는 막을 수 있다. 어른들의 안이함이 그저 미안하다. /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