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SK가 강팀이고, 투수들이 다들 잘했는지 알 수 있었다.”
2018년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일조했던 우완 투수 박상원(28)이 돌아왔다. 21개월 동안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뒤 지난 4일 소집 해제된 그는 이튿날 2군 퓨처스리그 등판을 거쳐 10일 1군 엔트리까지 올라왔다. 소집 해제 일주일도 안 돼 1군 무대에 합류했지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이뤄진 게 아니다. 이미 실전에서 최고 150km 강속구를 던질 만큼 준비가 잘됐다.
2020년 12월부터 인천 송도에서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시작한 박상원은 팀 선배 정우람의 소개로 SK(현 SSG) 투수 출신 엄정욱 감독과 윤희상 코치가 운영하는 아카데미를 찾았다. 올해 한화 퓨처스 팀이 있는 서산으로 근무지를 옮기기 전까지 1년 넘게 이곳에서 개인 훈련하며 운동 방법부터 마인드까지 여러 가지를 깨닫고 배우며 반성했다.
박상원은 “송도에서 운동할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우람이형이 직접 전화를 해주셔서 아카데미를 찾았다. 엄정욱 감독님과 윤희상 선배님이 진심으로 많이 신경 써주고 가르쳐 주셨다. 운동 끝나면 밥도 많이 사주셨다. 덕분에 이렇게 빨리 1군에 올 수 있었다”며 “두 분과 함께하면서 왜 SK가 강팀이고, 투수들이 다들 잘했는지 알 수 있게 됐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지난 2017년 입단 후 2년차에 1군 필승조로 성장, 3년 연속 핵심 불펜으로 활약한 박상원은 “프로에서 어느 정도 하고 난 뒤 큰 욕심 없이 만족했던 것을 반성했다. 엄정욱, 윤희상 선배님을 통해 야구에 대한 태도와 공 하나의 무게를 느꼈다. 피칭 디자인에 대한 것까지 여러모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오히려 군대를 간 것이 야구 인생에 있어 뜻깊은 시간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150km 안팎의 직구에 슬라이더까지 빠른 공 위주로 던지는 박상원은 “느린 공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소리를 듣는 게 스트레스였는데 엄정욱, 윤희상 선배님은 내 장점을 극대화하는 식으로 고민을 해결해줬다. ‘짧은 이닝을 던지는 투수인데 좋은 공을 갖고 (변화구를 던지다) 맞으면 아쉽지 않느냐’고 하셨다. 기존에 갖고 있던 것에 확신이 생기며 내 무기를 더 다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상원은 “내가 가장 헷갈린 것을 풀어주셨다. 기술적인 정립도 잘됐지만 멘탈적인 케어도 많이 받았다. SK가 잘할 수밖에 없는 팀이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거듭 말했다. SK는 2007~2012년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하며 3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린 왕조로 투수력이 막강했다.
당시 벌떼 야구 중심에 있던 투수가 정우람이다. 정우람이 2016년 한화로 FA 이적하면서 이듬해 입단한 박상원과 인연을 맺었다. 박상원은 정우람의 영향을 받아 한때 세트 포지션으로만 공을 던졌다. 정우람처럼 투구시 공을 쥔 손을 글러브 안에서 짧게 한 번 툭 치고 던지는 동작도 쏙 빼닮았다.
정우람도 2012년 시즌을 마친 뒤 사회복무요원으로 2년을 쉰 경험이 있다. 훈련소를 마친 박상원에게 “3개월 정도 공을 던지지 말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박상원은 “(입대 이후) 선배님들이 많이 나가셨지만 그래도 우람이형이 계시다. 야구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가르쳐주신 분이다. 우람이형과 다시 1군에서 야구를 하며 배우고 싶다”는 말로 어깨 통증으로 재활 중인 정우람의 건강한 복귀도 바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