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지난 7일 수원 KT전에서 박병호 앞 타자 김준태를 자동 고의4구로 1루에 내보냈다. 5-4로 앞선 연장 10회 1사 2,3루 위기에서 1루를 채웠다. 병살을 노린 만루 작전. 정석적인 선택이지만 다음 타자가 박병호라는 점에서 나름 모험수였다.
김준태도 타격에 강점이 있는 포수이지만 홈런 1위 박병호만큼 투수를 압도할 수 있는 타자는 아니다. 하지만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사이드암 투수 상대로 강점이 있는 김준태의 데이터를 주목했다.
수베로 감독은 우천 취소된 10일 대전 LG전을 앞두고 당시 고의4구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1사 2,3루에서) 대타로 나온 좌타자 김준태가 언더 투수 상대 타율이 4할 이상이었다. (사이드암 투수) 강재민이 마운드에 있었고, 김준태보다 다음 타자와 상대하는 게 아웃 확률이 높다고 봤다”고 말했다.
실제 김준태는 올해 언더 투수 상대로 24타수 11안타 타율 4할5푼8리 1홈런 6타점 OPS 1.203으로 무척 강했다. 수베로 감독은 김준태가 선발 포수로 나오지 않고 벤치에 대기할 때마다 대타로 나올 시점을 염두에 뒀다. 승부처에서 사이드암 투수가 김준태와 매치될 경우 다음 타자가 누구든 승부를 하지 않는 쪽으로 코치들과 미리 얘기를 해놓았다. 한화 불펜에는 강재민, 신정락, 김재영 등 3명의 사이드암 불펜에 있었다.
다음 타자가 박병호였지만 계획대로 강재민과 김준태 매치를 고의4구로 피했다. 강재민이 박병호 상대 통산 9타수 무안타 4삼진으로 절대 강세였던 데이터도 있었다.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박병호의 존재감이 워낙 크기 때문에 실패로 돌아갈 경우 벤치에서 감수해야 할 책임도 컸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 병살이라는 최상의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1사 만루에서 박병호를 중견수 뜬공 유도했다. 큼지막한 타구였으나 한화 중견수 마이크 터크먼이 머리 위로 글러브를 뻗어 슈퍼 캐치했다. 끝내기 안타가 될 수 있었지만 5-5 동점을 만드는 1타점 희생플라이로 끝났다.
잘 맞은 타구가 잡히면서 박병호도 1루로 뛰어가다 주저앉아 아쉬워했다. 수베로 감독은 “수비를 앞당긴 상황에서 터크먼이 좋은 캐치를 했다. 수비 위치가 정상이었다면 평범한 뜬공으로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고 덧붙였다.
계속된 2사 1,2루에서 장성우를 좌익수 뜬공 잡고 끝내기 위기를 넘긴 한화는 11회 노시환의 결승 2루타가 터지면서 6-5로 승리했다. 결과적으로 박병호 앞 김준태에게 고의4구를 지시한 것이 통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