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투타겸업 하는 선수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는 분명 비범한 능력을 지녔다. 10일(이하 한국시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10승을 따내며 104년 만의 대기록을 완성했다.
올해 10승과 25홈런을 기록 중인 오타니는 1918년 베이브 루스 이후 104년 만에 두 자릿수 승리와 두 자릿수 홈런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104년 만의 대기록이기도 하지만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첫 10승을 거뒀고, 시즌 157탈삼진을 기록, 지난해 기록한 개인 한 시즌 최다 탈삼진(156개)까지 넘어섰다. 아울러 7회초 솔로포를 터뜨리며 통산 118홈런을 기록, 이치로(117홈런)을 제치고 메이저리그 일본인 타자 최다홈런 2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통산 379탈삼진을 기록, 일본프로야구 시절의 624개를 더해 프로 데뷔 1000탈삼진 기록까지 수립했다.
오타니는 ‘주니치스포츠’ 등 일본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베이브 루스 이후 104년 만의 대기록 수립에 대해서 “물론 영광스러운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즌 중이다. 지금의 내 기록들이 얼마나 인상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시즌이 끝나고 어떤 시즌이었는지 되돌아보면 된다”라고 말하면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기록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단지 투타겸업을 하는 선수들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투타겸업이 당연해지면 평범한 기록일 수도 있다. 단순히 투타겸업을 하는 선수가 적다는 뜻인 것 같다”라고 답했다. 비범한 대기록에 겸손하게 답했다. 겸손함 속에서 그의 비범함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한편, 3회말 2사 1,3루의 위기에서 라몬 로리아노를 투수 땅볼로 처리했지만 이 과정에서 왼발에 타구를 맞고 절뚝거리는 장면이 있었다. 당시 로리아노의 타구는 102마일, 약 164km의 강습 타구였다. 이후 6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졌다. 투혼이었다. 그는 “사실 경기 내내 집중하느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시간이 좀 더 지났을 때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꽤 정타로 맞아서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어떻게든 집중해서 많이 던질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두 자릿수 승리 대해서는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좋은 투구를 하고 있으면 반드시 기회는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10승을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건 아닌 것 같다”라면서도 “개인의 성적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숫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승리가 늘어나면 평가도 올라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치로의 홈런 기록을 넘어선 것에 대해서도 “타격 스타일의 차이는 있지만 기록을 뛰어넘어 영광스럽다”라며 “영광스럽고 더 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단순하다. 그는 “최대한 건강하게 끝까지 던지고 경기에 나서는 게 목표다. 너무 앞을 내다봐도 소용없다. 내일 다시 좋은 컨디션으로 임할 수 있도록 잘 자고 좋은 내일을 맞이하도록 하겠다”라고 덤덤하게 평범한 내일을 준비하겠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