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지난 달 24일이다. 부산에서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홈 팀 롯데가 참담한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스코어 0-23. 프로야구 40년 동안 최다 점수차다. 한 점도 못 뽑고 지리멸렬했다.
상대는 KIA 타이거즈다. 그 때만해도 중위권 싸움 라이벌이었다. 그러나 홈 3연전을 싹쓸이 당했다. 이날이 바로 스윕패가 결정된 날이다. 하위권 추락의 갈림길이었다.
팬들은 분노했다. 며칠 뒤 트럭 시위로 이어졌다. 50여 명 팬들의 모금으로 이뤄졌다. 서울 롯데 월드타워 앞에 격문이 내걸렸다. “신동빈 구단주님 결단을 내려주십시요.”성민규 단장과 래리 서튼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진짜 대단한 팬들은 따로 있다. 당시 주말 시리즈(7월22일~24일)에는 사흘 내리 1만 명을 넘겼다. 대참사 당일도 1만 881명이 유료관중으로 입장했다.
5회 초. KIA가 10점을 추가했다. 스코어는 0-21이 됐다. 이미 물 건너간 승부다. 더위에 그냥 있는 것도 힘들다. 욕하면서 돌아서도 뭐랄 사람 아마도 없다. 그런데 상당수가 자리를 지킨다.
그냥 앉아 있는 정도가 아니다. 기 죽을 까봐 박수 치고, 유니폼도 흔들어준다. 흥겨운 춤으로 용기도 북돋운다. 괜찮다며 다독여주기도 한다. MBC Sports+ 중계팀이 화면에 잡은 그림만 한두 컷이 아니다.
올 시즌도 홈 구장 관중수는 순위를 따라간다. 압도적 선두 SSG 랜더스가 흥행도 성공했다. 누적 64만명을 넘겼다. SK시절 이래 23년 만의 첫 1위가 현실로 다가온다. 2위는 LG 트윈스다. 랜더스보다 2경기 덜 했지만 60만을 넘었다. 40년 동안 19번이나 관중 1위를 차지했던 팀 아닌가. (8월 9일 현재)
의외인 것은 롯데 자이언츠다. 부진한 성적에도 47만 명을 넘겼다. 전통적인 인기 팀 두산, KIA, 삼성을 앞선 3위다. 경기당 따져도 평균 8959명이 사직 구장을 찾았다.
‘봄데’ 시절은 그렇다 치자. 1만 명은 우습지도 않았다. 4~5월에만 10번이나 넘었다. 5월에는 이틀 연속 만원사례도 기록했다. 그런데 시큰둥한 요즘도 식지 않는다. 토요일인 6일 NC 다이노스전에는 1만 명에 육박했다. 9584명이나 티켓을 구매했다.
염치라는 게 있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팀 롯데’ 모두가 마찬가지다. 사장, 단장, 감독, 코치는 당연하다. 책임을 느낄 위치다. 물론 선수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더 이상 보살팬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