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우완 투수 윤산흠(23)은 요즘 KBO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투수 중 한 명이다. 177cm, 68kg 작은 체구에도 다이내믹한 투구폼이 눈길을 끈다. 중심 이동시 상체를 뒤로 젖혀 온 몸의 힘을 실은 회전력으로 공을 던진다. 최고 150km 강속구와 너클 커브 ‘투피치’로 타자들을 제압하는 ‘낭만 야구’에 팬들도 열광한다.
또 하나의 트레이드마크는 모자. 공을 던질 때마다 모자가 머리에서 벗거져 땅에 떨어진다. 투구폼이 워낙 격렬하기도 하기도 하지만 머리가 너무 작아서 그렇다. 윤산흠은 “제일 작은 모자 사이즈(55.8cm)를 쓰고 있는데 그것도 손이 들어갈 정도다. 키즈 사이즈(53cm)가 딱 맞다”고 설명했다.
공을 던지는 순간에는 불편함이 없지만 고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투구를 한 뒤 시야가 가린다. (투수 정면으로) 타구가 날아오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안 떨어지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귀밑까지 머리를 길게 길렀지만 모자는 계속 떨어지고 있어 윤산흠에겐 남모를 고민이다.
그런데 윤산흠이 머리를 기르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다. “남자들이 그런 것 있잖아요. 머리 한 번쯤 길러보고 싶은 것. 딱히 어디까지 기를 것이라곤 정해놓지 않았어요. 군대 가기 전까지 계속 길러볼까 해요.”
긴 머리에 온 힘을 쥐어 짜내는 투구폼은 2008~2009년 메이저리그 사이영상 2회로 당대 최고 낭만 투수였던 팀 린스컴과 닮았다. 윤산흠도 린스컴 영상을 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예전에는 일본인 투수 영상을 많이 봤는데 우연히 린스컴을 봤다. 왜소해 보이는데 공도 빠르고, 덩치 큰 타자들을 삼진 잡는 모습을 보면서 따라하고 싶었다”면서 “찾아보니 (린스컴) 키는 크더라구요”라며 웃었다. 린스컴은 프로필상 180cm, 77kg으로 윤산흠보다 체구가 크다.
윤산흠의 공 하나하나가 심금을 울리는 건 남다른 스토리가 있어서다. 프로 미지명과 방출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두 번이나 독립야구단을 거쳐 1군까지 올라왔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시즌 초 윤산흠을 2군에 보낼 때 고쳐야 할 점을 제시했다. 그 점을 고쳐온 것을 봤을 때 머지않아 우리 불펜 한 축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안 좋을 때도 금방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신념이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지난해 6월 한화와 육성선수 계약을 한 윤산흠은 1군 5경기를 짧게 경험한 뒤 올해 2군 퓨처스리그에서 시작했다. 개막 후 1~2군을 오르내린 시기가 있었지만 어느새 19경기에 등판해 1패3홀드 평균자책점 1.37을 기록 중이다. 19⅔이닝 동안 볼넷 16개를 내줬지만 2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9이닝당 탈삼진 13.3개에 달한다. 최근 5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점점 중요한 상황에 투입되고 있다.
윤산흠은 “접전 상황에서 나올수록 부담은 되지만 최대한 즐기려고 한다. 투스트라이크만 잡으면 어떤 타자든 다 삼진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래서 항상 투스트라이크만 잡자는 생각을 한다”며 “올해 목표였던 150km 구속을 한 번 찍었다. 153km까지 던져보고 싶다. 어릴 때부터 마무리투수가 꿈이었는데 한 번이라도 좋으니 남은 시즌에 세이브도 꼭 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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