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를 떠나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국민 거포’로 성장한 KT 박병호(36)가 LG 거포 유망주 이재원(23)의 길라잡이가 되고 있다.
이재원은 어릴 때부터 롤모델로 선망한 박병호의 등번호 ‘52번’을 고교 때부터 달았고, 홈런왕을 닮고자 한다. 둘은 함께 뛴 적은 없지만, 이재원은 박병호에게 조언을 구하고, 박병호는 과거 자신과 닮은 이재원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재원은 후반기 다시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김현수, 박해민, 홍창기, 문성주 등 두터운 LG 외야진에서 출장 기회가 가장 적지만 후반기 홈런 5개를 기록 중이다. 후반기 홈런 1위는 LG 오지환(6개), 이재원은 시즌 홈런 1위인 박병호(5개)와 함께 후반기 홈런 공동 2위다. 그런데 이재원은 25타수에서 5홈런, 오지환은 46타수 6홈런, 박병호는 47타수 5홈런으로 이재원은 적은 타격 기회에서 많은 홈런을 터뜨렸다.
지난 7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재원은 “더 잘해야 한다. 왜 1군에 계속 있어야 하는지 보여주고 싶고, 1군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더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많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타 등 제한된 출장 기회에서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투수의 볼 배합, 포수의 리드 성향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재원은 박병호의 타격 영상을 자주 본다고 했다. 같은 우타 거포, 박병호의 타격과 스윙은 좋은 교본이 된다.
이재원은 “박병호 선배님이 나한테 말씀하시는 것도 있고, 가끔 이야기를 나눈다”며 “시즌 들어가기 전에도, 시즌 중간에도, 얼마 전에 박병호 선배님이 끝내기 홈런 쳤을 때(7월 27일 키움전) 축하 문자를 드렸다. ‘고맙다’고 하시며 전화가 와서 또 여쭤 볼 거 여쭤보고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병호 선배님을 닮고 싶고 잘 따라가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팬이었다. 고교 때부터 52번을 단 이유도 선배를 닮고 싶어서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라며 박병호를 잇는 홈런타자 목표를 확고하게 다짐했다.
LG에서 꽃피우지 못한 홈런타자가 장차 LG를 대표할 수도 있는 거포로 성장 중인 후배에게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재원은 박병호의 데뷔 초와 비교하면 홈런 페이스가 빠르다.
박병호는 2005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했다. 2005년 데뷔 첫 해 163타수 3홈런, 2006년에는 130타수 5홈런을 기록했다. 2007~2008년 상무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2009년 188타수 9홈런, 2010년 160타수 7홈런을 기록했다. 터질듯 말듯 했다.
결국 박병호는 2011시즌 도중 넥센(현 키움)으로 트레이드됐고, 목동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며 2012~2015년 4년 연속 KBO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박병호는 군 복무를 마치고 23~24세 두 시즌에 348타수 16홈런을 기록했다. 이재원은 박병호의 길을 잘 따라가고 있다. 2018년 2차 2라운드로 LG에 입단한 이재원은 2020년 1군 무대 데뷔했고, 20타수 기회를 얻었다. 홈런은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해 후반기에 1군에 올라와 154타수 5홈런, 올해는 9일까지 178타수 13홈런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부터 332타수 18홈런이다. 올 시즌에는 두 자릿수 홈런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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