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을 주창하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를 경험한 성민규 단장과 함께한 3년의 시간. 관점에 따라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결과적으로 올해 포함 3년째,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올 시즌 역시 가을야구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성민규 단장의 계약이 끝나는 올해, 롯데는 다시 풍랑 앞에 서게 됐다.
2019년 9월 부임한 성민규 단장은 새로운 프로세스를 도입해서 구단의 문화를 바꿔나가며 개혁에 앞장섰다. 선수단을 대규모로 정리하며 체질개선에 나섰고 사직구장과 상동구장에 훈련 시설을 개선하는 등 인프라 개선에 많은 시간과 돈을 할애했다. 나름의 투자라면 투자였다.
선수단 면에서는 ‘리모델링’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심어주며 육성과 성적을 모두 잡으려고 했다. 자리를 잡지 못하던 20대 중후반의, 1군과 2군을 오가는 선수들을 대대적으로 정리했다. 방출을 하거나 트레이드를 통해서 더 젊은 선수들을 받아왔다.
이들을 집중적으로 2군 경기에 투입하면서 육성의 성과를 가져오려고 했다. 젊은 선수들이 현재 뎁스의 중심을 잡아주고 미래에는 주전급 선수들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미 베테랑 주전과 젊은 선수들의 기량 차이는 현격했고 그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성민규 단장이 부임한 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롯데가 육성에 성공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선수는 냉정하게 없었다. 한동희가 주축 선수로 성장했다고 하지만 이미 기회를 받고 있었고 잠재력이 터질 시점이 됐다고 판단하는 게 옳다.
현재 롯데는 ‘긴축재정’ 모드를 스스로 선택했다고 봐야한다. 그룹의 지지도 받았다. 물론 FA 투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0시즌을 앞두고 2루수 안치홍과 상호연장 옵션이 포함된 2+2년 총액 56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고 내부 FA였던 전준우와 4년 36억 원에 붙잡았다. 2021시즌을 앞두고 이대호와 2년 총액 26억 원, 올 시즌을 앞두고는 정훈과 3년 18억 원에 잔류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내부 FA가 3명이나 됐고, 사실상 시장에서 영입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지 않았던 선수들이었다. 안치홍과 전준우는 타구단의 무관심으로 무혈입성했다. 이대호 역시 협상에 난항을 겪다가 그룹의 지원으로 겨우 도장을 찍었다. 정훈도 FA 시장 최후의 매물이었기에 롯데가 비교적 편하게 잔류시킬 수 있었다.
긴축재정 모드를 택하면서 팀의 가려운 부분을 트레이드 그리고 육성으로 채우려고 했다. 팀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포수 자리는 이지영(키움), 김태군(삼성) 등 베테랑 FA 포수 대신 지시완이라는 비교적 젊은 포수 자원을 트레이드로 데려와 육성하려고 했다. 미래와 현재를 동시에 잡으려는 포석이었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FA 손아섭은 올해 NC와 4년 64억 원에 계약을 맺고 롯데를 떠났다. 롯데는 손아섭에 대한 최초 가치를 30억 원 수준으로 낮게 책정했다. 대신 김재유, 추재현, 신용수 등의 젊은 선수들의 ‘3단 합체’로 손아섭 1명의 공백을 채우려고 했다. 외국인 유격수 딕슨 마차도와 재계약을 포기하고 이학주를 데려왔다.
이러한 롯데의 선택, 결과를 긍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48시간 룰’을 내세워 이지영, 김태군과 협상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데려온 지시완은 첫 해 사생활 문제로 1년을 쉬어야 했고 지난해 그나마 기회를 받는 듯 했지만 올해는 ‘입스 의혹’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구단은 어떻게든 지시완을 활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현장의 평가는 점점 냉혹해지고 있다.
손아섭이 있었다고 현재의 팀 성적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졌을 지는 의문이다. 다만, 손아섭을 보내면서 자신있게 외쳤던 ‘3단 합체’ 카드는 되려 비웃음거리로 전락했다. 그나마 고승민이 현재 잠재력을 표출하고 있지만 좀 더 기다려야 하는 수준. 이학주 역시 현재 수비에서는 나름 준수하지만 타격에서 1할대 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민규 단장 체제에서 나름 자신했던 외국인 선수 선발에서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투수 댄 스트레일리, 찰리 반즈, 내야수 딕슨 마차도는 분명히 팀에 기여했다. 그러나 2020년 부친상 및 자가격리 여파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 아드리안 샘슨, 그리고 빠른공을 던지지만 허울 뿐이었던 지난해 앤더슨 프랑코, 올해 글렌 스파크맨은 확실한 실패작이었다. 마차도를 대신한 외야수 DJ 피터스는 정확도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퇴출됐다.
3년의 공과 과가 극명하다. 그래도 3년의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 구단의 체질 개선이 이뤄진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그들이 선택한 ‘저비용 고효율’ 전략은 ‘저비용 저효율’로 나타나고 있다. 3년째 하위권이고 올해 역시 가을야구가 멀어지고 있다는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올해는 부상, 코로나19 변수가 있었지만 모든 팀들이 안고 있던 변수였다. 이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한 구단과 현장 모두 책임이 없지 않다.
그룹 차원의 결단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의문. 현재 체제의 재신임이나 새로운 체제의 선택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지만 어떤 선택을 내려도 또 다시 풍랑을 거쳐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 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