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이 유일하게 홈런을 치지 못한 팀이 꼴찌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박병호(36·KT)가 한화만 만나면 유독 안 풀린다. 앞타자 고의4구에 큼지막한 희생플라이로 응수했지만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7일 수원 한화-KT전. 한화가 5-4로 앞선 연장 10회말 위기가 찾아왔다. 마무리로 나선 강재민이 심우준에게 볼넷, 조용호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주자를 쌓았다. 김민혁의 희생 번트로 이어진 1사 2,3루. 김준태 타석이 되자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자동 고의4구 사인을 보냈다.
1점차 리드에서 비어있는 1루를 채워 만루 작전을 펼친 것이다. 병살타를 노리는 정석적인 선택이었지만 다음 타자가 박병호라는 점에서 상당한 모험이었다. 이날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었지만 장타 능력이 뛰어난 박병호라 한 방이 나오면 단숨에 끝내기 역전을 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화는 승부수를 던졌다. 마운드에 있는 투수가 강재민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박병호와 맞대결에서 통산 9타수 무안타 4삼진으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올해도 박병호는 강재민에게 2타수 무안타로 막혔다.
초구부터 스윙을 돌렸으나 파울이 된 박병호.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견수 쪽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한화 중견수 마이크 터크먼이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를 잘 쫓아가 캐치했다.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와 박병호는 희생플라이로 1타점을 올렸다.
하지만 1루로 뛰어가던 박병호는 타구가 잡히는 순간 주저앉은 채 아쉬움을 나타냈다. KT는 계속된 2사 1,2루에서 장성우가 좌익수 직선타로 물러나며 끝내기에 실패했고, 11회 노시환에게 결승 2루타를 맞고 5-6으로 패했다.
이날까지 박병호는 올해 한화전 9경기에서 28타수 6안타 타율 2할1푼4리 무홈런 3타점 OPS .574에 그치고 있다. SSG전 9경기 타율(.171)이 더 낮긴 하지만 그래도 홈런 2개를 쳤다. 올해 홈런 32개로 이 부문 독보적 1위이지만 한화 상대로는 아직 1개도 못 넘겼다. 전구단 상대 홈런 기록도 ‘미완’으로 남았다. KT가 한화 상대로 6연패 포함 5승7패로 고전하는 데에는 박병호 영향도 있다.
박병호는 올해 한화전 첫 경기부터 꼬였다. 지난 4월8일 대전 경기에서 김민우의 공에 헤드샷을 당했고, 후유증으로 어지럼증을 보이며 이튿날 경기를 결장했다. 10일 경기에서 대타로 타석에 복귀했지만 장시환의 공에 옆구리를 또 맞으며 화를 삭혀야 했다.
안 좋은 기억들이 있는 한화 상대로 계속 풀리지 않자 심적으로 꼬인 모습이다. 이날 고의4구 이후 끝내기 안타가 나왔다면 혈이 뚫렸겠지만 터크먼의 호수비에 걸리고 말았다. KT는 잔여 시즌 한화와 4경기가 더 남아있고, 박병호에게도 설욕의 기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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