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워싱턴 내셔널스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 공신이었던 좌완 투수 패트릭 코빈(33)이 나올 때마다 지고 있다. 이쯤 되면 ‘패(敗)’트릭 코빈이다.
코빈은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⅔이닝 5피안타(2피홈런) 2볼넷 1사구 6실점으로 무너지며 1회도 버티지 못했다. 1회 1사 후 리스 호스킨스에게 솔로 홈런을 맞고 선취점을 내준 코빈은 2사 1,3루에서 맷 비얼링에게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이후 안타, 몸에 맞는 볼, 3루타, 볼넷으로 4연속 출루를 내주면서 1회를 버티지 못한 채 강판됐다. 총 투구수는 43개.
코빈은 지난달 28일 LA 다저스전에도 ⅔이닝 7피안타 1볼넷 6실점으로 무너진 바 있다. 2경기 만에 다시 2아웃 6실점 강판의 굴욕을 맛봤다. 올 시즌 두 번이나 1회 6실점 이상 허용한 유일한 투수. 워싱턴 구단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두 번이나 1회를 못 채우고 강판되는 불명예도 썼다.
워싱턴이 5-11 대패를 당하면서 코빈은 최근 6연패와 함께 시즌 16패(4승)째를 당했다. 통산 100패를 달성하면서 2년 연속 16패. 지난해 리그 최다 16패를 당했던 코빈은 올해도 벌써 16패를 안았다. 23경기(110⅓이닝) 4승16패 평균자책점 7.02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 2년 연속 리그 최다패가 유력한 가운데 규정이닝 7점대 평균자책점 불명예 기록까지 보인다. 2000년대 메이저리그에 규정이닝 평균자책점 7점대 투수는 없다.
지난 2008년 KBO리그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고(故) 호세 리마가 2005년 캔자스시티 로열스 시절 기록한 6.99가 가장 높은 기록. 지금 페이스라면 코빈이 리마 기록을 넘어 2000년대 최초 규정이닝 7점대 투수가 될지도 모른다. 2000년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994년 미네소타 트윈스 좌완 짐 드샤이에(7.39)가 마지막 규정이닝 7점대 평균자책점 투수. 그해 8월 직장 폐쇄로 시즌이 중단되면서 드샤이에는 130⅓이닝으로 규정이닝을 채워 7점대를 넘겼다.
지역 매체 ‘MASN’는 ‘코빈은 최근 3시즌 동안 야구계 최악의 선발투수 중 한 명이다. 64경기에서 15승38패 평균자책점 5.84를 기록 중이다. 올해 2300만 달러 연봉을 받고 있고, 다음 2시즌 동안 6000만 달러 가까이 받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12월 워싱턴과 6년 1억4000만 달러의 FA 계약을 체결한 뒤 첫 해 우승에 크게 기여했지만 이후 3년째 내리막이다.
이렇게 부진한데 선발 로테이션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데이브 마르티네스 워싱턴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코빈의 불펜 보직 변경 가능성에 대해 “선수와 대화를 해야겠지만 지금 당장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가치는 선발에 있다. 부진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코빈도 “실망스러운 밤이었다. 길을 잃은 것 같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자책하면서도 “올 시즌 내내 그렇다. 정말 답답하지만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어떻게 하면 이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겠다”고 반등 의지를 드러냈다.
몸이 아프지도 않은데 부진이 깊어지고 있어 코빈도 답답하지만 고액 연봉 선수를 안 쓸 수도 없는 워싱턴도 난감하다. 코빈은 2023시즌 2442만 달러, 2024시즌 3542만 달러 계약이 아직도 남아 있다. 2년간 5984만 달러(약 777억원)이다.
그나마 가을 야구가 물건너가 성적 부담이 없는 만큼 코빈에게 계속 기회를 줄 전망. 이대로라면 남은 시즌 10경기 정도 등판이 가능한데 4패를 추가하면 20패를 기록하게 된다. 메이저리그의 20패 투수는 지난 2003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좌완 마이크 매로스가 마지막으로 당시 33경기(193⅓이닝) 9승21패 평균자책점 5.73을 기록했다. 그해 디트로이트는 2000년대 메이저리그 최다 119패(43승) 팀이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