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만루 무지성 시프트…선발투수 흔들고 8위 추락 자초한 ‘내부의 적’ [오!쎈 부산]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8.07 20: 28

롯데의 사실상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고, 계산이 서는 투수가 된 이인복이 초스피드로 강판을 당했다. 스스로 제구난에 시달린 것도 있지만 적은 내부에 있었다.
롯데는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0-14로 대패를 당했다. 2회 6실점 빅이닝을 헌납하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내줬다. 결국 롯데는 NC에 7위 자리를 내주고 올 시즌 처음으로 8위로 주저앉았다.
선발 이인복이 2회 난조를 보였다, 스트라이크 탄착군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대패의 1차적인 원인은 이인복에게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이인복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은 벤치였다. 벤치가 지시한 수비 시프트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족족 실패로 돌아가면서 경기 흐름이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2.08.06 / foto0307@osen.co.kr

2회 선두타자 양의지와 풀카운트 승부가 펼쳐졌다. 풀카운트 이전까지 2루수 박승욱이 유격수 쪽으로 넘어가 있는 극단적인 시프트를 펼쳤지만 풀카운트가 되자 1-2루 간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1-2루 사이는 기존 수비 위치보다 넓었다. 타구를 그라운드 전역으로 보낼 수 있는 양의지에게는 넓은 공간이 잘 보였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인복 지시완 배터리는 꾸준히 바깥쪽 승부를 펼치고 있었다. 초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바깥쪽으로 형성이 됐다. 결국 바깥족 코스에 집중한 양의지는 넓은 1-2루간으로 가볍게 밀어쳐서 우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어떻게 보면 배터리의 볼배합, 수비 시프트 간의 불협화음이었다.
불행과 재앙의 씨앗이 됐다. 마티니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고 권희동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만루 위기에 처한 롯데와 이인복이었다. 그리고 노진혁을 상대했다. 이때 노진혁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유격수가 2루 쪽으로 넘어가는 극단적인 시프트를 취했다. 3루수 한동희가 3-유간을 버티고 있었지만 공간이 뻥 뚫려 있었다. 만루 상황이었기에 시프트가 의아하게 비춰질 수 있었다. 롯데는 지난 7월 8일 수원 KT전 7회말에도 무사만루에서 우타자 황재균을 상대로 극단적인 시프트를 취하다가 더블 플레이성 타구 때 아웃카운트 1개만 취했고 이후 대량실점으로 이어진 바 있다.
상황과 투수의 상태, 배터리의 볼배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지성’ 수비 시프트는 결국 화를 자초했다. 노진혁을 유격수 직선타성 타구로 유도했지만 그 자리에 수비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이는 2타점 적시타로 연결 됐다. 대량 실점의 도화선이었다.
노진혁이 히팅포인트가 앞에서 형성되는 선수이지만 상황에 맞는 배팅 역시 적절하게 하는 선수다. 노진혁도 자신의 타격 스타일 대신 결대로 밀어쳤다. 롯데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아웃카운트가 최소 2개는 올라갔어야 할 상황에서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자 안 맞기 위해 도망다녔다. 결국 박준영에게 다시 볼넷을 허용한 뒤 도태훈에게 밀어내기 볼넷까지 내줬다. 3실점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인복은 2회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뒤이어 올라온 이민석이 이인복의 책임주자 3명을 불러들여 이인복의 기록은 1이닝 6실점이 됐다.
수비 시프트가 성공보다 실패의 결과가 짙은 잔상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실패를 계속 답습한다면 피드백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이날 이인복의 난조를 단순히 투수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야만 할까. 벤치 역시 만만치 않은 책임을 져야 하는 경기라고 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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