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가 이들을 불혹에 가까운 투수들이라고 말하겠나. 1983년생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 1984년생 맥스 슈어저(뉴욕 메츠)가 20대 영건들이 득실거리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다른 별에서 온 투수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믿기 힘든 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벌랜더와 슈어저는 한때 한솥밥을 먹었다. 벌랜더는 2005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서 데뷔해 2006년 신인왕을 차지했다. 슈어저는 2010시즌을 앞두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트레이드로 합류해 2010년부터 벌랜더의 동료가 됐다.
두 선수는 5년 간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로 군림했다. 벌랜더는 2011년 24승 5패 평균자책점 2.40, 251이닝, 250탈삼진이라는 엽기적인 기록을 남기며 생애 첫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2년 뒤인 2013년에는 슈어저가 21승3패 평균자책점 2.90의 성적으로 데뷔 첫 사이영상의 영광을 안았다. 함께 있을 때부터 이미 리그 최정상의 투수들이었다.
슈어저가 FA 자격을 얻어 2015년 워싱턴 내셔널스와 7년 2억10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고 떠나면서 역대급 원투펀치는 해체됐다. 이후 슈어저는 내셔널리그에서, 벌랜더는 아메리칸리그에서 위력적이고 꾸준한 선발 투수로 활약을 이어갔다. 슈어저는 워싱턴 이적 직후 2016~2017년,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역시 워싱턴과 LA 다저스 두 팀에서 활약하며 사이영상 투표 3위에 들었고 두 번째 FA를 취득, 뉴욕 메츠와 3년 1억30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다시 한 번 체결했다.
벌랜더 역시 2013년 7년 1억8000만 달러의 연장 계약을 맺으며 탄탄대로의 커리어를 이어갔다. ’금강벌괴’의 이미지를 굳혔다. 이후 2017년 시즌 도중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이적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2019년 21승6패 평균자책점 2.58의 성적으로 커리어 3번째 사이영상을 따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꼈다.
하지만 세월의 무상함은 어쩔 수 없었다. 벌랜더는 거의 2년을 통째로 쉬었다.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팔꿈치 통증이 발생했고 복귀하지 못하고 팔꿈치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37~38세 시즌을 통으로 날렸다. ‘금강벌괴’가 쓰러진 순간. 모두가 재활 이후 벌랜더의 모습에 회의적이었다. 철완과 투사의 이미지인 슈어저는 최근들어 잔부상에 시달리며 온전한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5월 내복사근 부상으로 한 달 넘게 이탈했다.
그러나 수술, 잔부상에 시달리며 세월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벌랜더와 슈어저는 약속이나 한듯이 20대 영건들 못지 않은 괴력을 선보이고 있다. 여전히 150km 후반대의 강력한 패스트볼을 뿌리면서 회춘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알려주고 있다.
수술 이후 첫 시즌을 소화해야 했음에도 휴스턴은 벌랜더와 2년 5000만 달러의 계약을 안겼다. 그만큼 벌랜더의 회복을 절대적으로 믿었다. 확신에 찬 믿음이었고 벌랜더는 건재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20경기 15승3패 평균자책점 1.73(130이닝 25자책점), 127탈삼진의 기록을 남기는 중이다. 지난 5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15승 째를 달성했다. 아울러 시즌 130이닝을 채우면서 내년 시즌 2500만 달러 계약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옵션을 충족시켰다.
슈어저는 올해 부상으로 한 달 가량 결장했지만 14경기 8승2패 평균자책점 1.98(95⅔이닝 21자책점) 120탈삼진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7일(이하 한국시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7이닝 4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의 대역투를 펼쳤다. 이로써 슈어저는 통산 109번째 두 자릿수 탈삼진 경기를 기록, ‘원조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108경기)를 뛰어넘었다.
회춘의 정의를 찾고 이 시대 메이저리그의 외계인을 찾으려면 나이를 잊은 벌랜더와 슈어저를 보면 되지 않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