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동생이 터트린 홈런에 32살 형들이 응답했다.
두산 베어스는 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7-4로 대역전승을 거두었다. 안재석의 추격의 솔로포, 정수빈의 동점 투런포, 그리고 9회 허경민의 2타점 역전타가 이어지면서 기적의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은 8회2사까지 1-4로 꽁꽁 묵였다. 상대는 마무리 투수 정해영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대로 경기가 KIA로 넘어가는 듯 싶었다.
순간 20살 안재석의 방망이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볼카운트 0-2로 불리한 가운데 정해영의 포크볼이 가운데로 몰리자 가볍게 끌어당겼고, 그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막내 선수의 한 방으로 불길이 활할 타올랐다. 김재호가 2루수 키를 넘기는 빗맞은 안타가 나왔고 곧바로 32살 정수빈이 정해영의 한복판 직구를 통타해 우월 동점홈런을 날렸다.
9회는 정수빈의 친구 허경민의 시간이었다. 1사후 페르난데스가 볼넷을 골랐고, 송승환이 중견수 앞에 안타를 날렸다. 박세혁이 외야 뜬공으로 물러났으나 허경민이 풀카운트에서 정해영의 직구를 노려쳐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역전 2루타를 쳤다.
또 안재석은 바뀐투수 박준표를 상대로 우중간 2루타를 날려 쐐기점을 뽑았다.
역전타의 주인공 허경민은 "재석이가 들어가기전에 '선배님이 한건 할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요녀석이 자기 홈런쳤다고 선배 기를 살려주었다. '형이 한번 해볼게'라고 했는데 현실이 되어 기분좋은 밤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동점투런포를 날린 정수빈은 "딱히 노린 것은 아니다. 오는 공 보고 쳤다"고 밝혔다. 특히 "나도 어릴 때 선배들 보면서 커왔다.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는 것이 맞다. 후배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고, 한편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김태형 감독은 "베테랑부터 젊은 선수들까지 선수단 모두를 칭찬하고 싶다. 구성원 모두가 각자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정말 잘해줬기 때문에 중요한 경기 승리할 수 있었다"고 박수를 보냈다.
어린 동생의 홈런이 형들의 분발을 이끈 셈이 됐다. 이래서 두산이 강한 이유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