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내기가 견제사라니…김태형 감독이 한참 째려본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08.06 10: 06

[OSEN=백종인 객원기자] 그런 날이 있다. 마음은 급한데, 뭘 해도 안 풀린다.
김태형 감독에겐 그 날이 딱 그랬다. 얼추 100게임이 다가온다. 하지만 순위 싸움은 까마득하다. 턱걸이 5위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차이가 만만치 않다. 황새 걸음도 부족한데, 뱁새 걸음이다. 지난 4일 두산의 잠실 삼성전 얘기다.
무조건 승수를 쌓고 가야할 상대다. 그러나 1회부터 몰린다. 2회 초에 벌써 0-4다. 그 다음이 설상가상이다. 첫 타자 김재환이 쓰러졌다. 파울 타구에 맞아 못 일어난다. 한동안 어려울 것 같다. 하필 이런 시국에. 걱정과 짜증이 뒤엉킨다.

4일 삼성전에서 송승환이 견제에 걸려 아웃되는 장면. 김태형 감독이 이를 응시하고 있다. SPOTV 중계화면

어쩔 수 없이 교체다. 카운트 2-2에서 대타를 내보낸다. 22살 생일도 안된 풋내기다. 송승환이 부랴부랴 몸을 푼다. 초저녁부터 나갈 줄 생각이나 했겠나. 배트 돌리랴, 다리 스트레칭 하랴. 바쁘고, 얼떨떨하다.
그래도 운이 좋다. 빗 맞은 타구가 데굴데굴, 라인 안쪽에 머무른다. 뜻밖의 내야 안타다. 선두 타자 출루, 반격의 빌미가 생겼다.
하지만 웬 걸. 채 1분도 못 버틴다. 원태인의 노림수에 걸렸다. 세트 모션 들어가는 ‘척’, 번개 같이 1루로 쏜다. 태그도 필요 없다. 포구와 동시에 주자가 찍힌다. 이른바 자연 태그다. 헐레벌떡. 돌아와봤지만, 누가 봐도 명백하다. 1루심(나광남)의 싸늘한 콜이 들린다.
4일 잠실 경기 2회말 무사 1루에서 두산 송승환이 견제사를 당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2022.08.04 /jpnews@osen.co.kr
찬물이 한 바가지다. 분위기 싸~ 하다. 홈 팀 덕아웃엔 정적이 흐른다. 코치들도 얼어붙었다. 두목 곰은 무표정이다. 하지만 선글래스 속 시선이 심상치 않다. 사고 현장으로 레이저가 꽂힌다. 왜 아니겠나. 갓 1군 풋내기가, 팀도 안 좋은데, 초반부터 횡사라니.
욱하는 성미 같으면 ‘즉각 조치’다. 당장 교체는 물론이다. 당분간 1군에서 볼 일도 없을 지 모른다. 김재환의 빈 자리? 줄을 선 게 외야수다. 안권수, 김인태, 조수행, 강진성 등등.
그러나 참는다. 일단 넘어간다. 그리고 그 때부터 시작이다. 분위기 파악 못하는(?), 철없는 풋내기의 역습이다. 일단 좌중간 쪽으로 2개를 더 때린다. 무려 3안타 경기다. 다음 날(5일)이 더 가관이다. 광주 KIA전이다. 격차를 줄여야 할 5위 경쟁 상대다.
떡 하니 5번 자리를 차려줬다. 프로 첫 선발 출장이다. 결국 제대로 ‘사고’를 친다. 2-3으로 뒤지던 5회 초였다. 2사 2루. 승리 요건을 목전에 둔 이의리의 91구째다. 146㎞ 빠른 공을 안쪽에 바짝 붙였다. 잘 던진 공이지만, 그걸 완벽하게 받아친다. 담장 너머로 배송이다. 데뷔 첫 홈런에는 여러가지 수식이 붙는다. 역전, 결승, 투런….
"(김)재환이가 생각보다 안 좋아서 일단 엔트리에서 뺐다. 송승환을 당분간 좌익수로 기용할 생각이다. 외야 연습도 했고, 타격감도 좋다. 2군에서 온 선수들이 반짝 하다가 한 바퀴 돌면 집중 공략당해서 페이스가 떨어질 수 있는데, 승환이는 스윙 궤도가 좋다. 계속 괜찮을 것 같다."
결승포를 쏜 21사단 전역병이 그라운드를 일주한다. 원정 팬들이 열광한다. 덕아웃 환영도 인상적이다. 김태형 감독이 주먹을 내민다. 내색 않는 평소와 다르다. 어쩔 수 없는 엷은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송승환이 김태형 감독의 환영을 받고 있다. SPOTV 중계화면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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