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분들이 많이 걱정 해주시는데…”
롯데 자이언츠 투수 나균안은 많은 보직을 오가면서 팀에 헌신하고 있다. 올해 선발부터 필승조, 마무리, 추격조, 롱릴리프 등 1군 투수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보직에 나서면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해 31경기(5선발) 2승4패 2홀드 평균자책점 4.23(72⅓이닝 34자책점) 82탈삼진 22볼넷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 5일 사직 NC전에서는 임시 선발로 등판하게 됐다. 오프너도 아닌 온전한 선발 투수 역할을 맡았다. 글렌 스파크맨이 퇴출되고 대체 외인 댄 스트레일리의 합류 전까지 공백이 생겼다. 여기에 대체 선발 역할을 해줄 서준원마저 코로나19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결국 나균안은 다시 한 번 부름을 받았다.
나균안은 이날 선발 투수로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최고 147km의 패스트볼(33개)과 포크볼(29개), 커터(15개), 슬라이더(4개)를 고루 던지며서 6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NC 타선을 틀어막았다. 다시 한 번 나균안은 비상상황에서 자신의 임무를 다해내는 스토퍼 역할을 해냈다.
경기 후 나균안은 "오늘 볼 배합도 좋았고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승부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같이 호흡을 맞춘 포수 강태율은 대형 포수였다가 투수로 전향한지 3년차가 된 나균안이 경기를 리드했다고 말했다. 그는 "균안이와 마음이 잘 맞았다. 찰떡호흡이었다"라면서 "균안이는 정말 좋은 포수였다. 제가 정말 많이 보고 배울 게 많은 동생이었다. 저보다 포수로 경기도 많이 나섰다. 저보다 경험이 많으니까 균안이가 나를 이끌어줬던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2018년 입단한 뒤 2019년부터 주전 포수 역할을 맡은 나균안이다. 비록 1군에서 선배들의 보호막 없이 무방비로 주전 포수로 나서다 보니까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그럼에도 나균안이 대형포수의 자질을 갖췄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2020년 손바닥 수술 이후 투수로 전향을 한다고 했을 때 나균안의 포수 재능을 아까워 한 야구인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구단 내부에서도 나균안이 포수를 관두는 것에 아쉬운 목소리들이 많았다.
대형 포수였던 그는 이제 완벽한 투수로 변신했다. 다만, 여러 보직을 오가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마운드에 오르는 나균안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올해 불펜으로 26경기 46⅓이닝을 던졌다. 경기 당 1⅔이닝을 소화했다. 불펜으로만 지난해 이닝을 모두 채웠다. 여기에 선발로 26이닝을 더 던졌다.
일찌감치 지난해 시즌을 마감하고 올해를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많은 이닝이다. 사실상 투수로 첫 1군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선수. 나균안에 대한 혹사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나균안은 혹사 이전에 투수 본연의 임무를 먼저 얘기했고 자책했다. 나균안은 주위에서 혹사에 대한 얘기들이 나올 때 언제나 감사한 마음을 표시했다. 대신 자신이 상황을 막지 못하고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분을 삭히지 못했다는 후문.
그는 "팬 분들이 건강에 대해서 많이들 걱정을 해주신다"라면서 "프로야구 선수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의무다. 내가 더 잘 막았으면 됐는데 점수를 주다 보니까 그런 걱정들을 하시는 것 같다"라고 혹사 논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점수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당연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투수 본연의 임무를 되새겼다. 그는 "잘 막고, 잘 던지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임무를 무사히 완수해서 다행이다"라며 "무엇보다 팀에 보탬이 된 것 같아 기분 좋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팀은 이제 46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남은 시즌 역시 '마당쇠'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혹사 이전에 나균안은 투수 본연의 임무를 오롯이 완수하기를 바랄 뿐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