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KBO리그 FA 시장에는 외야수와 함께 포수 자원이 풍부했다. 삼성 강민호(37), 한화 최재훈(33) 그리고 KT 장성우(32)가 FA 포수 ‘빅3’로 나란히 대박을 쳤다.
최고 대박을 친 선수는 최재훈이었다. FA 시장이 열린 뒤 이틀 만에 5년 54억원에 한화 잔류를 결정하면서 1호 계약자가 됐다. 3번째 FA 계약이었던 강민호도 4년 36억원으로 나이를 감안하면 대박 계약이었다.
FA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장성우도 좋은 대우를 받았다. 4년 42억원에 KT와 재계약하며 창단 첫 우승을 이끈 주전 포수로서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최고 대우는 아니었다. FA 계약 기간과 총액에서 최재훈에 조금 못 미쳤다.
하지만 FA 계약 첫 해 최고 모범생은 장성우다. 올 시즌 82경기에서 타율 2할6푼1리(249타수 65안타) 13홈런 39타점 출루율 .359 장타율 .450 OPS .809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14개를 넘어 개인 최다 홈런 페이스. 출루율, 장타율, OPS 등 주요 비율 기록들도 커리어 하이를 가리킨다. 올해 리그 전체 포수 중 최다 홈런을 치는 등 최고의 타격 생산력을 뽐내고 있다.
강백호와 전임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가 부상으로 장기 결장하면서 타선의 힘이 떨어진 KT에 장성우의 장타력은 큰 힘이 됐다. 5번 타순에서 4번 박병호를 든든히 뒷받침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시즌 초반에는 박병호 혼자 했는데 장성우가 살아나면서 타선이 좋아졌다”며 팀 반등의 요인으로 장성우를 꼽았다. 6월2일까지 8위였던 KT는 두 달 만에 4위로 가을야구 안정권에 들어왔다.
지난 5일 수원 한화전에선 박병호가 전날(4일) 창원 NC전 사구 영향으로 결장했지만 장성우가 해결사로 나섰다. 2-0으로 앞선 6회 1사 2루에서 한화가 앤서니 알포드를 자동 고의4구로 1루에 보내 장성우와 승부를 택했지만 실수였다. 장성우는 김민우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 홈런으로 장식했다. KT의 5-1 승리를 이끈 쐐기포.
팀 평균자책점 2위(3.58)의 KT 투수들을 이끄는 수비에서도 장성우의 비중이 크다. 지난해 통합 우승 과정에서 가장 높게 인정받은 부분이다. 도루 저지율이 17.8%로 낮지만 9이닝당 폭투/포일은 0.25개로 200이닝 수비한 포수 16명 중 가장 적다. 안정된 블로킹으로 안방을 철통 방어하고 있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 기준 장성우의 WAR도 2.02로 지난해(1.27) 기록을 훌쩍 넘었다. 올해 전체 포수 중 양의지(NC)와 함께 최고 WAR 수치를 쌓았다. 지금 페이스라면 데뷔 첫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가능하다. 반면 장성우와 나란히 FA 시장에 나와 계약 첫 해를 보내고 있는 최재훈(3.87→0.67), 강민호(3.15→0.16)는 전년 대비 크게 떨어진 WAR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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