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진 초토화 상황에서 1년 여 만에 1군 무대에서 선발 출장했다. 투수를 돕는 허슬플레이에 쐐기 적시타까지 뽑아내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오랜만에 경기에 나섰지만 기대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2015년 1차지명 선수의 존재감을 뽐냈다.
롯데는 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7-2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7위를 사수했다. 대체 선발이 등판한 경기에서 롯데는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롯데는 현재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주축 선수들이 대거 확진됐다. 지난 3일 정훈, 서준원, 정보근이 확진됐고 이날 경기를 앞두고 전준우가 확진 판정을 받고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가뜩이나 포수진 역량이 떨어지는 롯데 입장에서는 절반의 비중을 차지하고 투수진의 신뢰를 받는 정보근의 이탈을 뼈아팠다. 여기에 안중열은 지난 3일 LG전에서 포구 도중 왼쪽 엄지 타박상을 당해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포수진이 초토화됐다. 강태율이 1군 콜업됐지만 올해 1군 출장이 전무했다. 그나마 타격이 좋은 지시완이 있었지만 수비, 특히 송구에서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경기에서는 지시완이 선발 출장했지만 수비 협살을 진행하는 도중 악송구를 범했다.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입스’가 의심되는 장면이 또 한 번 나왔다. 결국 5일 NC전에서는 강태율이 올 시즌 첫 선발 포수 마스크를 썼다. 강태율의 선발 출장은 지난 2021년 6월 23일 사직 NC전 이후 408일 만이다.
하지만 강태율은 혼신의 힘을 다해 올해 첫 1군 선발 경기를 치렀다. 선발 투수 나균안과 무리 없이 호흡을 맞췄다. 수비에서는 여러차례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2회 1사 1루에서 노진혁을 삼진으로 처리한 뒤 풀카운트 상황에서 2루로 뛰던 1루 주자 양의지를 강력한 송구로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3-0으로 앞서던 5회에는 나균안의 승리 투수 요건을 만드는 허슬플레이까지 펼쳤다. 2사 2루에서 김주원의 3루 방면 파울플라이 타구를 끝까지 쫓아갔다. 3루 덕아웃 쪽이었지만 강태율은 아랑곳하지 않고 성킁성큼 다가갔고 공을 포구했다. 이후 덕아웃으로 넘어가서 계단을 헛디뎌 쓰러지면서까지 공을 놓치지 않았다. 부상 위험이 큰 상황이었지만 강태율은 허슬플레이르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타석에서도 강태율은 믿음에 보답했다. 1-0으로 앞서던 2회말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 작전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4회에는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6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대호의 적시 2루타로 4-1을 만든 상황에서 무사 만루 기회가 찾아왔다. 롯데 벤치는 대타를 활용하지 않았다. 이날 옆구리와 어깨 통증으로 선발에서 제외된 한동희가 대타로 대기하고 있었고 지시완도 포수 백업으로 준비하고 있었지만 롯데 벤치는 강태율을 믿었다. 결국 풀카운트 승부를 이어갔고 강태율은 NC 김진호의 144km 패스트볼을 밀어쳐서 2타점 2루타를 만들어냈다. 경기 흐름상 쐐기타로 이어지는 천금의 적시타였다. 6-1로 달아났다. 이후 롯데는 박승욱의 스퀴즈번트로 7-1까지 격차를 벌렸다.
강태율이 우려되는 포수진 상황을 불식시키는 경기력으로 이날 승리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부경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5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강태율은 비교적 기회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20년, 스몰샘플이지만 가능성을 비췄다. 14경기 타율 4할5푼5리(11타수 5안타) 2홈런 2타점으로 가능성을 비췄다. 지난해도 주전포수 경쟁대열에 합류했지만 스프링캠프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2군에서 주로 머물렀다. 올해는 아예 2군에서 계속 머물면서 56경기 타율 2할8푼2리(149타수 42안타) 3홈런 22타점 .773으로 1군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기 후 강태율은 "올해 첫 선발 출장이었는데 이겨서 너무 기분 좋고 다행이기도 하다"라면서 5회 덕아웃에서 허슬플레이 상황에 대해서"원래 잘 다치지 않는 몸이다. 넘어질 때만 아프고 일어나니까 멀쩡하더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각오는 대단했다. 그는 "한 번 위치를 확인하고 달려갔다. 공을 잡기 위해서는 멈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서는 제가 다치더라도 무조건 잡아야 했다. '이거 못 잡으면 나 2군 내려간다'라는 생각으로 달려갔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1년 여 동안 기회를 잡지 못하며 보낸 시간. 그는 "야구장 출근할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다. 멘탈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2군에서는 그래도 멘탈을 많이 잡아주셨다. 넌 충분히 좋은 선수다라고 해주셨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했다"라며 "선수기용은 감독님의 몫이다. 하지만 주전 포수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도 부산에서 살고 자랐다. 이 팀만 보고 자랐다. 그렇기에 이 팀에서 자리잡는 게 목표다. 더 좋은 결과를 내야한다. 오늘이 터닝포인트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