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 제대로 품은 ‘잠실 빅보이’, 순둥이에서 악바리가 되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2.08.05 08: 21

 최근 4경기 연속 교체로도 출장 기회가 없었다. 고온다습한 날씨에 땀이 뚝뚝 떨어지며 수비, 타격 훈련으로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기다렸다. 일주일 만에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호쾌한 장타를 펑펑 터뜨리며 그동안 품어온 독기를 뿜어냈다.
LG의 거포 유망주 ‘잠실 빅보이’ 이재원(23)이 달라졌다. 순둥이에서 악바리 근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재원은 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8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홍창기가 복귀하면서 라인업에서 빠졌던 이재원은 지난달 28일 SSG전 이후 일주일 만에 출장이었다. 홍창기의  타격 컨디션이 안 좋아 이날 선발 출장에서 빠졌고, 이재원에게 기회가 왔다.

LG 트윈스 이재원이 6회초 솔로 홈런을 치고 허벅지 부상으로 더그아웃을 나서고 있다. 2022.08.04 / foto0307@osen.co.kr

2회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이재원은 4회 1사 2,3루에서 좌익수 키를 넘어가는 2타점 2루타를 때렸다. 3-2에서 5-2로 달아나는 결정적인 적시타였다. 그런데 2루에서 슬라이딩을 하면서 불편한 자세로 넘어졌다.
이재원은 6회 롯데 이민석 상대로 5구째 직구(151km)를 때려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쏘아올렸다. 시즌 12호째.
홈런을 치고 1루로 뛰어가던 이재원은 오른 허벅지를 부여잡으며 뒤뚱거리며 걸어갔다. 앞서 3구째 파울 타구를 때리며 중심을 잃고 타석에서 넘어졌다. 이 때 허벅지에 약간 경련이 왔다. 이재원은 이를 참고서 홈런을 때려낸 것이다.  
이재원은 경기 후에 “(오른 다리로) 버텨줘야 하는데, 갑자기 근육이 올라와서 나도 모르게 넘어졌다. 그러고 나서 조금 불편했지만 괜찮다고 하고 다시 쳤다. 홈런을 치고 나서는 양쪽이 다 올라와 못 걷겠다 싶었다. (베이스를) 뛰는데도 계속 쥐가 올라왔다. 홈런 아니면 1루 밖에 못 갔을 것이다”고 웃으며 말했다.
LG 트윈스 이재원이 6회초 솔로 홈런을 치고 허벅지를 잡은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22.08.04 / foto0307@osen.co.kr
2타점 2루타와 솔로 홈런, 우타 빅뱃으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재원은 “계속 이만 갈았던 것 같다. 연습 할 때도 (출장)날만 기다리고, 대타로 나가면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 더 열심히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일주일 만에 출장이었는데, 독한 마음가짐으로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이재원은 “경기에 안 나가도, 벤치에 있으면서 투수들의 상황과 볼배합을 계속 봤다. 옆에서 현수형이 지명타자로 있으면서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더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현수, 박해민, 홍창기, 문성주 등 외야 경쟁이 치열해 선발 기회가 많지는 않을 수 있다. 이재원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큰 목표다. 계속 백업만 아닐 수도 있고, 이렇게 한번씩 선발로 나올 때 내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하고, 그런 경각심을 갖고 연습하고 있다"고 각오를 보였다.
어느새 12홈런. 이재원은 홈런 보다는 경기 출장을 중시했다. 그는 “두 자리 홈런은 생각도 안 했다. 경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있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지금도 계속 1군에 있으면서 한국시리즈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며 “대타로 나가든 뭘하든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타로 나가면 투수의 볼배합과 포수 성향도 보고, 한 타석에서 200%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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