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밖에 모르는 친구다.”
KIA는 지난해 12월 ‘FA 최대어’ 외야수 나성범(34)을 6년 150억원 대형 계약으로 영입했다. 올해 3월 메이저리그 투수 김광현(SSG)이 4년 151억원에 계약하기 전까지 리그 역대 FA 최고액 타이 금액으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나성범은 계약 첫 해부터 몸값에 걸맞은 성적을 내고 있다. 팀의 95경기 모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선발출장, 타율 3할2푼3리(368타수 119안타) 15홈런 70타점 62득점 45볼넷 89삼진 출루율 .413 장타율 .538 OPS .951을 기록하고 있다.
안타·출루율·OPS 3위, 장타율 4위, 타율·득점 5위, 타점 6위, 홈런 공동 7위, 볼넷 공동 8위로 공격 주요 부문에서 모두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 기준 WAR 1위(5.48)로 팀 내 기여도는 리그 최고 수준이다.
나성범의 가치는 단순히 이런 숫자들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김종국 KIA 감독은 나성범 영입 효과에 대해 “팀 동료들에게 주는 믿음이 크다. 훈련할 때부터 확실한 루틴으로 모범이 된다. 다른 선수들이 따라할 수 있게 한다. 선후배 관계없이 체력 관리나 부상 관리 모두 배울 만한 선수”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야구밖에 모르는 친구다. 처음 입단할 때는 몸이 호리호리했는데 지금 몸 만든 것을 보면 야구에 시간을 엄청나게 투자한 것이다. 자신만의 루틴과 훈련 방법, 웨이트 트레이닝이 확고하다. 다른 선수들도 각자만의 루틴이 있지만 나성범만큼 제대로 하는 선수는 못 봤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나성범의 영향력이 선수단에도 미쳤다. 김 감독은 “올해 우리 야수들의 타격이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된 것도 나성범 영향이 있다. 이창진, 황대인, 박찬호, 류지혁이 보고 배우면서 시너지 효과가 난 것이 크다”고 말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타격이 약점으로 꼽힌 KIA였지만 팀 타율, OPS 모두 1위로 변모했다. 나성범이 가세했을 뿐만 아니라 이창진, 황대인, 박찬호가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며 핵심 타자로 자리잡은 덕이다.
나성범의 모범적인 퍼포먼스는 결국 마음가짐, 바위처럼 단단한 멘탈에서 나온다. 김 감독은 “최형우도 그렇지만 나성범도 심판의 아쉬운 볼 판정이 나와도 흥분하지 않는다. 속으로는 화가 나겠지만 그럴수록 절제하거나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모습을 선수들이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나성범은 4일 대전 한화전에도 기본을 지켰다. 3회 투수 앞 땅볼에도, 6회 스트라이트 낫아웃 삼진에도 1루로 온 힘을 다해 전력 질주했다. 설렁설렁은 없었다. 낫아웃 때는 한화 포수 박상언의 1루 송구가 옆으로 살짝 빗나가 실책이 나올 뻔했다. 이런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는 숫자에 찍히지 않는 가치와 영향력이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