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과 함께 기승을 부리던 ‘고춧가루 부대’가 8월 여름부터 떴다. 최하위 한화가 후반기 들어 확 바뀐 마운드 힘으로 대반격에 나서고 있다. 5위 지키기가 시급한 KIA가 먼저 당했다.
한화는 지난 2~4일 대전 KIA전을 2승1패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지난 5월27~29일 수원 KT전(3연승) 이후 67일 만에 위닝시리즈. 한화에 일격을 당한 5위 KIA는 6위 두산과 격차가 3연전 시작 전 6경기에서 5.5경기로 좁혀졌다.
한화는 전반기 85경기를 25승59패1무 10위로 마쳤다. 탈꼴찌는커녕 승률(.298) 3할을 넘기지 못할 만큼 심각한 부진이었다. 하지만 전반기 막판 대체 외국인 투수 2명이 들어와 투구수 100구 언저리로 빌드업했고, 후반기 첫 날에는 4번타자 노시환이 허벅지 부상에서 돌아와 투타에서 정상 전력을 갖추고 시작했다.
후반기 11경기에서 한화는 5승5패1무, 5할 승률로 전반기와 완전히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후반기 첫 상대 KT를 맞아 1승2패 루징시리즈를 당했지만 삼성전(1승1패1무), 두산전(1승1패) 반타작 후 KIA전 2승1패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올해 9전 전패로 절대 약세였던 KIA 상대 천적 관계를 극복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격언처럼 마운드의 안정이 후반기 반등의 가장 큰 동력이다. 전반기 팀 평균자책점 5.06으로 이 부문 10위였지만 후반기 1위(3.41)로 대반전을 이뤘다. 선발 평균자책점이 2.90으로 몰라보게 좋아졌다.
새 외국인 투수 예프리 라미레즈가 후반기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1.42로 완전히 적응했고, 또 다른 대체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도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2.45로 순항하고 있다. 전반기부터 로테이션을 지킨 장민재, 김민우, 남지민도 5이닝 이상 꾸준하게 책임지고 있다. 불펜도 마무리 장시환이 흔들렸지만 강재민(0.00), 김종수(0.00), 김범수(1.80)가 위력적이다.
후반기 팀 홈런 2위(12개), OPS 3위(.771)로 타선의 화력도 살아났다. 유격수 하주석이 11경기 타율 4할4리 1홈런 10타점 OPS .957로 속죄 중이고, 노시환도 11경기 타율 3할5푼6리 2홈런 7타점 OPS .897로 타선의 중심을 잡고 있다. 사회복무요원을 마치고 돌아온 외야수 장진혁도 10경기 타율 3할6푼4리 5타점 OPS .826으로 깜짝 활약하며 타선의 새 활력소가 되고 있다.
전반기 내내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얇은 뎁스로 정상 전력을 갖추지 못한 한화였지만 후반기는 다르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시즌 초중반 선발이 안 좋을 때 버팀목이 되어준 불펜이 지치면서 역전패가 많아졌다. 불펜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전반기처럼 만만하게 볼 전력이 아니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한화표 고춧가루’ 경계령이 5강 고착화로 흥미가 반감된 리그 판도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