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어두운 날들이 있었는데…”
KBO리그가 메이저리그에 역수출한 최고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34·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지난달 내셔널리그(NL) 이 달의 투수에 선정됐다. 7월 6경기에서 41⅓이닝을 던지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31 WHIP 0.77 탈삼진 33개로 특급 활약을 했다. 시즌 전체 성적도 21경기(125⅓이닝) 10승5패 평균자책점 2.87 WHIP 1.13 탈삼진 104개. 지난 2019년 빅리그 데뷔 후 커리어 하이 시즌으로 명실상부 애리조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이 달의 투수 선정 기념으로 켈리는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MLB 네트워크’ 방송과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켈리는 “다른 사람들을 제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 차이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난 타자들을 공격하는 일을 잘했고, 내 구위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켈리는 7월 마지막 2경기 연속 7이닝, 7탈삼진 이상, 3피안타 이하 투구를 했다. 애리조나 소속 투수로는 역대 7번째 기록으로 지난 2004년 ‘빅유닛’ 랜디 존슨 이후 18년 만이었다. 이에 대해 켈리는 “몰랐던 기록인데 의미가 있다. 선발로서 최대한 길게 던지며 불펜에 휴식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켈리는 30세 늦은 나이에 메이저리그 데뷔했다.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마이너에만 머물다 2015년 한국으로 넘어왔다. 26세 젊은 나이에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계약한 뒤 2018년까지 4년이나 머물렀다. KBO리그 통산 119경기(729⅔이닝) 48승32패 평균자책점 3.86 탈삼진 641개.
한국에서 꾸준한 활약을 인정받아 애리조나에 스카우트됐다. 2+2년 최대 1450만 달러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데뷔 꿈을 이뤘다. 2020년 코로나 단축 시즌 때 흉곽 출구 증후군으로 5경기만 던지고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해 복귀 후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다. 애리조나에서도 3년 내내 선발로 꾸준함을 보여줬고, 올해 개막을 앞두고 2년 1800만 달러 연장 계약까지 체결했다.
한국을 떠난 후 누적 수입만 3000만 달러를 넘겼다. 역대 KBO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 중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큰 성공을 이룬 켈리는 인터뷰에서 한국 시절도 언급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데뷔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메이저리그는 멀게 느껴졌다. 빅리그 선수로 필드를 밟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하던 날들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한국에서 어두운 날들이 있었다. 한 경기 7실점을 했을 때는 나의 야구 경력이 끝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평균자책점 4점대인 투수를 누가 원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지금 이렇게 그때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하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힘겨웠던 시절을 웃으며 회상할 수 있는 현재를 만끽했다.
켈리는 한국에서 7실점 이상 경기가 총 4번 있었다. 2017년 7월4일 문학 KIA전 2이닝 9실점이 최다 실점 경기. 이어 2015년 5월29일 문학 넥센전 5⅔이닝 8실점, 2015년 8월11일 사직 롯데전 6이닝 7실점, 2017년 7월25일 광주 KIA전 5이닝 7실점(6자책)으로 무너진 바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