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첫 승 내 손으로” 야구 명가 의기투합, 푸른 피 에이스가 앞장섰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8.05 04: 22

역시 푸른 피의 에이스는 달랐다. 삼성 원태인(22)이 약 두 달만의 무실점 투구로 팀 분위기 전환과 함께 박진만 감독대행에게 첫 승을 선물했다.
원태인은 지난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즌 9번째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5번째 승리(5패)를 챙겼다. 팀의 2연패 탈출이자 박진만 감독대행의 첫 승을 뒷받침한 호투였다.
경기 후 만난 원태인은 “박진만 감독님 오시고 첫날(3일) 이기지 못해서 오늘 꼭 데뷔승을 내 힘으로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돼서 기분이 좋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1회말 삼성 원태인이 역투하고 있다. 2022.08.04 /jpnews@osen.co.kr

원태인은 경기 전까지 두산에 통산 10경기 1승 5패 평균자책점 7.11로 부진했다. 퀄리티스타트는 2019년 5월 16일 잠실 6이닝 4실점(1자책)이 유일했고, 무실점 경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런 그가 이날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와 함께 처음으로 두산을 무실점 봉쇄했다.
원태인은 “그 동안은 (오)재일 선배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라고 웃으며 “작년부터는 그래도 크게 무너지는 경기가 없었다. 승운이 없었다. 오늘은 커터를 좌타자들에게 많이 썼던 게 주효했다”라고 비결을 설명했다.
최근 커터 비중 증가와 관련된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를 조언해준 선수는 오재일이었다. 원태인은 “재일이 형이 두산에 있을 때 잠깐 커터를 쓴 적이 있었다. 최근에 형이 커터가 좋은데 왜 안 쓰냐고 했다. 그래서 봉인시켜놨던 구종을 꺼냈는데 (강)민호 형도 생각보다 괜찮다고 했다. 확실히 커터가 있으니 체인지업 구사가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경기를 마치고 삼성 박진만 감독대행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2.08.04 /jpnews@osen.co.kr
원태인은 지난 6월 29일 대구 KT전 이후 무려 36일 만에 승리를 맛봤다. 그는 “승수에 대한 압박이 있었다”라고 털어놓으며 “지난 경기 8이닝에도 승리가 없는 걸 보고 올해는 내가 승리를 못 챙기더라도 팀이 이기면 만족하자는 마음을 가졌다. 그래도 오늘 많은 득점 지원 속에 승리를 거뒀고, 승리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느꼈다”라고 밝혔다.
7월 28일 포항 한화전 8이닝 3실점에 이어 이날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원태인. 이제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았다고 봐도 될까. 그는 “말 잘못했다가 다음 경기 또 못 던진다”라고 농담하며 “오늘 공이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았다. 최근 들어 변화구 비중이 높았는데 오늘은 직구 자신감이 생겼다. 직구 비율을 다시 높인 것에 대해 만족감을 느낀다”라고 흡족해했다.
최근 9위 추락, 감독 사퇴, 감독대행 부임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 부담은 없었을까. 원태인은 “그런 것보다 꼭 내 손으로 박 감독님 첫 승을 해드리고 싶었다. 감독님도 빨리 첫 승을 해야 편하게 지휘를 하실 수 있다. 원래도 열심히 던졌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 열심히 던졌다”라고 말했다.
원태인에게 끝으로 시즌 10승 달성 목표에 대한 각오를 물었다. 그는 “10승을 참 하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지금부터 절반은 이겨야 되는 걸로 알고 있다”라며 “시즌을 치르다 보니 생각보다 잘 안 풀리는 날이 있어서 큰 욕심은 없다. 물론 10승을 하면 좋고, 내가 하면 팀도 그만큼 이기는 것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매 경기 열심히 던지겠다”라고 밝혔다.
/backligh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