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푸른 피의 에이스는 달랐다. 삼성 원태인(22)이 약 두 달만의 무실점 투구로 팀 분위기 전환과 함께 박진만 감독대행에게 첫 승을 선물했다.
원태인은 지난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즌 9번째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5번째 승리(5패)를 챙겼다. 팀의 2연패 탈출이자 박진만 감독대행의 첫 승을 뒷받침한 호투였다.
경기 후 만난 원태인은 “박진만 감독님 오시고 첫날(3일) 이기지 못해서 오늘 꼭 데뷔승을 내 힘으로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돼서 기분이 좋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원태인은 경기 전까지 두산에 통산 10경기 1승 5패 평균자책점 7.11로 부진했다. 퀄리티스타트는 2019년 5월 16일 잠실 6이닝 4실점(1자책)이 유일했고, 무실점 경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런 그가 이날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와 함께 처음으로 두산을 무실점 봉쇄했다.
원태인은 “그 동안은 (오)재일 선배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라고 웃으며 “작년부터는 그래도 크게 무너지는 경기가 없었다. 승운이 없었다. 오늘은 커터를 좌타자들에게 많이 썼던 게 주효했다”라고 비결을 설명했다.
최근 커터 비중 증가와 관련된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를 조언해준 선수는 오재일이었다. 원태인은 “재일이 형이 두산에 있을 때 잠깐 커터를 쓴 적이 있었다. 최근에 형이 커터가 좋은데 왜 안 쓰냐고 했다. 그래서 봉인시켜놨던 구종을 꺼냈는데 (강)민호 형도 생각보다 괜찮다고 했다. 확실히 커터가 있으니 체인지업 구사가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원태인은 지난 6월 29일 대구 KT전 이후 무려 36일 만에 승리를 맛봤다. 그는 “승수에 대한 압박이 있었다”라고 털어놓으며 “지난 경기 8이닝에도 승리가 없는 걸 보고 올해는 내가 승리를 못 챙기더라도 팀이 이기면 만족하자는 마음을 가졌다. 그래도 오늘 많은 득점 지원 속에 승리를 거뒀고, 승리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느꼈다”라고 밝혔다.
7월 28일 포항 한화전 8이닝 3실점에 이어 이날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원태인. 이제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았다고 봐도 될까. 그는 “말 잘못했다가 다음 경기 또 못 던진다”라고 농담하며 “오늘 공이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았다. 최근 들어 변화구 비중이 높았는데 오늘은 직구 자신감이 생겼다. 직구 비율을 다시 높인 것에 대해 만족감을 느낀다”라고 흡족해했다.
최근 9위 추락, 감독 사퇴, 감독대행 부임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 부담은 없었을까. 원태인은 “그런 것보다 꼭 내 손으로 박 감독님 첫 승을 해드리고 싶었다. 감독님도 빨리 첫 승을 해야 편하게 지휘를 하실 수 있다. 원래도 열심히 던졌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 열심히 던졌다”라고 말했다.
원태인에게 끝으로 시즌 10승 달성 목표에 대한 각오를 물었다. 그는 “10승을 참 하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지금부터 절반은 이겨야 되는 걸로 알고 있다”라며 “시즌을 치르다 보니 생각보다 잘 안 풀리는 날이 있어서 큰 욕심은 없다. 물론 10승을 하면 좋고, 내가 하면 팀도 그만큼 이기는 것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매 경기 열심히 던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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