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초호화 라인업에 김하성(27)의 이름도 포함될 수 있을까.
김하성은 지난해 샌디에이고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맺었다. 보장액은 4년 2800만 달러. 연봉은 700만 달러. KBO리그에서 활약은 했지만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리그인 메이저리그에서는 검증이 되지 않은 선수의 가치가 비교적 높게 책정됐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연봉을 공개하는 ‘스포트랙’에 의하면 올해 기준, 김하성의 연봉은 상위 10위에 해당한다. 그만큼 김하성에게 매겨진 가치는 높았다.
그러나 지난해 데뷔 시즌,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혹독한 시련을 맛봤다. 상위 레벨과의 격차를 확인해야만 했다. 타석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117경기 타율 2할2리(298타수 54안타) 8홈런 34타점 OPS .622의 성적에 그쳤다. ‘팬그래프’ 기준 WAR(이하 fWAR)은 0.5에 그쳤다. 간신히 평균적인 1인분의 몫은 했다는 의미. 하지만 수비에서 만큼은 달랐다. 2루수, 3루수, 유격수 자리 모두에서 리그 최상급 수비 실력을 과시했다. 현지에서도 타격은 비판했지만 수비만큼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2년차. 김하성은 2년차 징크스가 아니라 2년차에 성장했다. 수비는 여전히 철옹성이었고 타격은 적응력을 키웠다. 주전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시즌 전 손목 수술을 받고 이탈한 게 팀 입장에서는 손해였지만 김하성에게는 최고의 기회였다.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자 김하성은 자신의 가치를 점점 끌어올렸다.
7월이 절정이었다. 7월 월간 타율 3할1푼4리(70타수 22안타) 2홈런 10타점 OPS .815를 기록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월간 타율 3할을 넘겼다. 5~6월 잠시 주춤하는 듯 했지만 결국 김하성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김하성은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5타수 4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2루타와 3루타도 각각 1개 씩 기록하면서 13-5 대승을 일구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4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수비는 여전하고 공격에서 발전하자 기여도도 높아졌다. 올해 김하성의 fWAR은 2.4까지 상승했다. 매니 마차도(4.0), 제이크 크로넨워스(3.2), 주릭슨 프로파(3.1)에 이어 야수 팀 내 4위다. 꾸준히 주전으로 나서면서 팀에 기여하고 있는 선수의 수치라고 보면 된다. ‘팬그래프’에서는 김하성의 올해 성적과 활약의 가치로 1910만 달러(약 250억 원)를 매겼다. 슈퍼스타들이 받는 연봉만큼 활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지난해는 김하성에게 380만 달러의 가치가 책정됐다. 연봉의 절반 수준의 활약 밖에 못하던 선수였다. 그러나 올해는 이미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 활약을 한 선수로 성장했다.
이제는 입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법 하다. 그러나 트레이드 시장에서 샌디에이고가 광폭의 영입 행보를 보여주면서 김하성의 입지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에서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 재능인 후안 소토를 데려왔고 1루수 조쉬 벨도 합류했다. 에릭 호스머는 처분했지만 내외야가 모두 가능하고 올해는 3루수로 주로 나왔던 유틸리티 플레이어 브랜든 드루리까지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타티스 주니어도 복귀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타티스는 곧 라이브 배팅을 실시한다.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면 주말에는 더블A에서 실전 경기를 뛸 전망이다.
초호화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이 4일, 예측한 완전체 라인업에 김하성의 이름은 없다. 타티스 주니어가 복귀하면 김하성이 유격수를 내줘야 한다고 예측했다. 타티스 주니어(유격수) 후안 소토(우익수) 매니 마차도(3루수) 조쉬 벨(1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2루수) 주릭슨 프로파(좌익수) 윌 마이어스(지명타자) 호르헤 알파로 혹은 오스틴 놀라(포수) 트렌트 그리샴(중견수)이 매체의 예상 선발 라인업이다. 김하성은 타티스 주니어가 복귀하면서 백업으로 밀려나게 된다는 예상이다.
그렇다고 마냥 백업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함께 전망했다. 매체는 ‘타티스 주니어, 소토, 매니 마차도, 조쉬 벨이 가장 많이 라인업에 포함되는 게 샌디에이고 라인업의 핵심이다’라면서 ‘밥 멜빈 감독이 활용할 수 있는 라인업에는 많은 변형된 형태가 있다. 드루리라는 다재다능한 선수를 영입하면서 마이어스의 플레잉 타임이 위협받을 것 같다. 그리샴은 마이어스로 대체할 수 있다. 또 김하성이 선발로 출전할 수도 있고 타티스 주니어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프로파가 리드오프를 맡을 것이다. 타티스가 돌아온 뒤에도 리드오프를 맡을 수 있다’라며 선수단 변화에 따른 라인업의 다양한 변화를 예측했다.
타티스 주니어가 복귀하기 전까지는 김하성의 입지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타티스 주니어가 돌아와 초호화 라인업을 꾸릴 때 그 곁에 김하성이 함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백업으로만 활용하기에는 이제 아까운 선수가 됐다는 것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