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좌완 파이어볼러 김범수(27)는 지난 2일 대전 KIA전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이날 4-1로 앞선 7회 마운드에 올라온 김범수는 KIA 중심타선을 상대로 탈삼진 1개 포함 공 10개로 깔끔하게 삼자범퇴했다. 시즌 17홀드째.
이 홀드로 김범수는 한화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현재 한화 퓨처스 투수코치를 맡고 있는 박정진이 지난 2011년 기록한 16홀드를 11년 만에 깬 것이다. 3일 KIA전에도 홀드를 추가하며 18개로 늘린 김범수는 이 부문 리그 3위로 25홀드 이상 넘볼 페이스다.
김범수는 “(수베로) 감독님이 좋은 자리에 내보내주셔서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면서도 “기록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다. 기록을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라가진 않는다. 그보다 그동안 KIA전에 너무 안 좋아서 ‘공격이 최고의 수비’라는 생각으로 공격성 있게 던지려 했다. 그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범수는 홀드 기록 달성보다 ‘공격성’을 찾은 점에 더 큰 감흥을 느꼈다. 그는 “날씨도 덥고, 체력이 조금 떨어지다 보니 한동안 공격적으로 던지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자꾸 코스, 코스로 승부하는 모습이 있었다”며 “이지풍 트레이닝코치님이 그 부분을 캐치해주셨고, 마인드를 다시 바꿀 수 있었다. 이전처럼 타자들이 칠 수 있게, 빨리빨리 자신 있게 공격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지난해 시즌 후 한화에 합류한 이지풍 코치는 트레이닝 파트를 총괄하지만 선수들의 심리도 어루만지고 있다. 지난 2004년 현대에서 트레이너 일을 시작한 뒤 넥센, KT, SK를 거쳐 지금 한화까지 20년 가까이 관습을 타파한 트레이닝 철학과 맞춤형 훈련으로 명성을 높였다. 무엇보다 선수들과도 속 터놓고 이야기하는 소통으로 ‘멘탈 코치’ 역할도 하고 있다.
김범수는 “올해 이지풍 코치님이 처음 오시면서 마인드 컨트롤하는 방법을 배웠다. 코치님이 야구계에 오래 계셨고, 많은 선수들을 봐오셨다. 잘하는 선수와 못하는 선수의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아신다. 내게도 많은 것을 알려주셨다. 코치님을 더 일찍 만났더라면 내가 더 바뀌지 않았을까. 신세계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올초 자신의 오랜 경험과 철학을 담은 ‘뛰지 마라, 지친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도 완독한 김범수는 “운동 선수라면 누구나 경험하고 아는 내용인데 코치님은 그걸 알아듣기 쉽게 말씀해주신다”고 이야기했다.
이 코치와 함께한 김범수는 올해 리그 최다 51경기에 등판, 43⅓이닝을 던지며 3승6패18홀드 평균자책점 4.57 탈삼진 41개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종종 무너질 때도 있지만 회복력이 빨라졌다. 그 기세로 한화 홀드 기록까지 바꾼 김범수는 “지금 홀드 목표치는 20개다. 20개를 하고 나서 다음 목표를 잡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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