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피홈런을 끝내기로 허용한 정해영(21·KIA)이 하루 만에 설욕에 성공했다. 만루 위기를 자초하긴 했지만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정해영은 3일 대전 한화전에서 6-3으로 앞선 연장 10회 구원등판, 안타와 볼넷 2개를 내줬지만 3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실점 없이 KIA의 승리를 지켰다. 시즌 25세이브째. 이 부문 1위 고우석(LG·28개)과 3개 차이 2위를 유지했다.
쉽지 않은 승부였다. 선두 정은원에게 안타를 맞은 뒤 노시환에게 볼넷을 내주며 찾아온 무사 1,2루 위기. 상대는 하루 전 정해영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하주석이었다.
2일 경기에서 4-4 동점으로 맞선 9회 등판한 정해영은 선두타자 하주석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2구째 포크볼이 가운데 몰린 실투가 되면서 우측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36경기, 37이닝 동안 홈런을 하나도 맞지 않았던 정해영의 시즌 첫 피홈런이 하필 끝내기가 된 순간이었다.
하루 전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진 상대로 정해영은 힘으로 승부했다. 4구째 슬라이더를 빼고 나머지 5개의 공 모두 직구로 승부했다. 볼카운트 2B-2S에서 6구째 147km 직구를 던져 하주석을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과감한 하이 패스트볼로 정면 승부한 것이 통했다.
큰 고비를 넘긴 정해영은 다음 타자 박정현도 8구 승부 끝에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뺏어냈다. 김태연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면서 2사 만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최재훈을 4연속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총 32개의 공을 던지며 진땀을 뺐지만 결과는 해피엔딩.
경기 후 정해영은 “어제 생각은 안 하려고 했는데 하주석 선배가 타석에 나오니 다시 생각났다. 이를 악물고 던졌다. 장타 위험이 있지만 포수 (한)승택이형이 몸쪽 사인을 내주셨다. 몸쪽으로 힘 있는 공을 가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았다. 큰 것 맞으면 동점이 되니까 최대한 강하고 힘 있게 던지려고 했다. 볼넷을 (2개) 준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막아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결과는 좋았지만 볼넷 2개로 주자를 쌓은 건 아쉬웠다. 정해영 스스로도 “볼넷을 주면 안 좋다. 팬 분들도 보시기에 불안하고, 덕아웃도 조마조마할 것이다. 어제 같이 홈런을 맞아도 안 되지만 볼넷을 주면 충격이 더 크다”며 “어제 경기를 통해서도 공 하나에 승패가 갈리니 더 신중해져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장)현식이형과 (전)상현이형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라 모두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 세이브 상황이 아니어도 던질 준비를 하겠다”고 팀 퍼스트 정신을 드러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