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마감일에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된 1루수 에릭 호스머(33)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지난 2018년 2월 샌디에이고와 8년 1억4400만 달러에 계약하며 ‘FA 대박’을 쳤지만 먹튀로 전락한 탓이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 시절 7년간 1048경기 타율 2할8푼4리 1132안타 127홈런 566타점 OPS .781을 기록한 호스머는 올스타 1회, 실버슬러거 1회, 골드글러브 4회를 수상했다. 2015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캔자스시티의 핵심 멤버였다.
그러나 샌디에이고에 와선 평범한 선수가 됐다. 샌디에이고에서 5년간 596경기 타율 2할6푼5리 588안타 69홈런 309타점 OPS .737에 그쳤다. 계약 5년째인 올해도 90경기 타율 2할7푼2리 91안타 8홈런 40타점 OPS .727로 실망스러웠다.
지난겨울 샌디에이고가 트레이드를 시도했지만 2025년까지 6000만 달러 잔여 연봉을 떠안을 팀은 없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호스머 트레이드를 꾸준히 추진했고, 3일(이하 한국시간)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맞춰 우여곡절 끝에 뜻을 이뤘다.
당초 행선지는 워싱턴 내셔널스였다. 워싱턴이 시장에 내놓은 ‘역대급 타격 재능’ 후안 소토와 함께 조쉬 벨까지 동시 영입한 샌디에이고는 호스머 포함 6명의 선수들을 내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호스머가 워싱턴으로의 트레이드 거부권을 행사했다.
트레이드가 제동이 걸릴 뻔했지만 샌디에이고는 또 다른 1루수 자원 루크 보이트를 워싱턴으로 보내 ‘소토 딜’을 끝냈다. 이어 보스턴과 협상을 통해 호스머 트레이드까지 완료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샌디에이고는 올 시즌 포함 호스머 잔여 연봉 중 4356만6713달러를 부담한다. 보스턴은 246만6154달러만 지급하면 된다. 올해 포함 4년간 거의 최저 연봉 수준으로 호스머를 쓴다.
샌디에이고는 거액을 허공에 날리면서까지 호스머와 관계를 정리했다. 비록 ‘FA 먹튀’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샌디에이고를 떠난 호스머이지만 김하성(27)에겐 고마운 동료였다. 호스머의 트레이드가 결정된 뒤 김하성은 자신의 SNS에 ‘항상 챙겨줘서 고마웠다’며 감사의 작별 메시지를 전했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정상급 수비력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 주위에 매니 마차도, 제이크 크로넨워스, 에릭 호스머 같은 좋은 선수들과 함께한 덕분이다”고 고마워했다. 골드글러브 4회의 1루수 호스머는 김하성의 송구를 빠뜨리지 않고 잘 받아줬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김하성을 챙기며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시즌 개막 전이었던 지난 3월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과 인터뷰에서 호스머는 “우리 모두 김하성의 수비에 신뢰를 갖고 있고, 방망이도 잘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호스머의 말대로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2년차를 맞아 타격도 일취월장하며 팀에 없어선 안 될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