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분을 못 이겼을까. 이닝이 끝나야 할 상황에서 1루에 강하게 던진 송구가 악송구로 이어지면서 내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더 내줬다. 대패의 흐름 속에서도 씁쓸하면서 개운하지 않은 뒷맛을 남겼다.
NC는 3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2-15로 대패를 당했다. 2연승의 기세를 잇지 못했다.
2경기 연속 우천 취소로 경기 감각이 온전하지 않았던 탓일지, NC는 이날 무기력했다. 타선은 KT 선발 오드리사머 ‘우승 에이스’ 구창모가 5이닝 6실점(3자책점)으로 강판을 당하면서 초반 분위기를 완전히 내줬다. 2회 구창모의 실책, 6회 박민우의 포구 실책 등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경기력이었다. 7회말 2점을 냈지만 이미 승부는 완전히 기운 뒤였다.
그래도 경기는 마무리 지었어야 했다. 2-11로 승부가 많이 기운 8회 마운드에는 이재학이 올라왔다. NC의 최다승 투수(74승)인 이재학은 최근 불펜으로 전환을 했다. 시즌 중반까지 부진한 흐름을 끊어내지 못했다. 결국 불펜 투수로 역할을 재확인 하려는 강인권 감독대행의 의중이 담겨있는 보직 이동이었다.
불펜 전환 이후 첫 등판인 지난달 30일 키움전에서는 1⅓이닝 2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나름대로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재학의 임무는 일단 이닝과 경기를 깔끔하게 막아내는 것이었다. 이미 승부는 기울었지만 마무리도 중요했다. 하지만 이재학은 그러지 못했다. 선두타자 앤서니 알포드에게 볼넷을 내줬다. 대타 이시원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헸지만 신본기에게 다시 볼넷, 김민혁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박경수는 삼진으로 처리하며 2사 만루를 만들었다. 아웃카운트 1개가 남았다. 그러나 김준태에게 우선상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아 2실점 했다. 이미 벌어진 상황은 어쩔 수 없었다. 이후가 중요했는데, 이재학은 이후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이어진 2사 2,3루에서 권동진을 투수 땅볼로 직접 처리했다. 1루에 송구만 하면 됐다. 그러나 이재학은 앞선 투구 결과에 분을 못 이겼을까. 1루에 분풀이 하듯 강한 송구를 뿌렸다. 하지만 1루수 닉 마티니가 옆으로 점프를 해서 잡아야 할만큼 많이 벗어난 악송구를 범했다. 공이 마티니의 글러브를 맞고 흐른 사이 주자 2명이 홈을 밟았다. 이닝이 끝났어야 했지만 2-15로 점수 차가 더 벌어졌다. 얼굴이 붉어진 이재학은 악송구 이후 망연자실해 했다. 송민섭을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일찍이 끝났어야 하는 8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대패의 분위기를 수습해야 했던 베테랑이었지만 이 임무를 해내지 못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