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워싱턴 내셔널스는 구단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가져왔다. 우승 전력을 만들기 위한 유망주 수집부터 착실히 했고 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과감하게 돈을 풀어서 역사적인 우승을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의 우승 멤버들 대부분은 워싱턴을 떠났다. 프랜차이즈 스타 라이언 짐머맨은 은퇴했다. 주전 3루수였던 앤서니 렌던은 우승 직후 LA 에인절스와 7년 2억45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떠났다. 에이스였던 맥스 슈어저와 리드오프 트레이 터너는 지난해 ‘리빌딩 버튼’을 누르면서 시즌 중반 LA 다저스로 트레이드 했다. 슈어저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뉴욕 메츠와 3년 1억30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그리고 2019년 당시 신인으로 센세이션한 활약을 펼치면서 괴물의 탄생을 예고한 후안 소토 역시 올해 트레이드 데드라인 직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보냈다. 6명의 유망주와 맞바꿨다. 워싱턴은 시즌 도중, 15년 4억40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제안했지만 소토가 거절했다. 연장계약 거절 사실이 보도되는 과정에서 워싱턴과 소토의 사이는 어색해졌고 올스타전을 치르기 위해 LA로 이동할 때 구단이 소토를 위해 아무런 지원을 해주지 않은 사실까지 알려졌다. 양 측은 악화일로로 치닫았고 트레이드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이별은 시간문제였다.
워싱턴은 이제 소토까지 떠나보내면서 확실한 리빌딩을 노리게 됐다. 하지만 선수단 총연봉 규모를 줄이면서 리빌딩을 해야 하는데 처치곤란의 ‘악성계약’ 먹튀 선수들만 남았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패트릭 코빈이다. 이들 역시 2019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투수들이었다. 특히 스트라스버그는 2019년 월드시리즈에서 2경기 2승 평균자책점 2.51로 월드시리즈 MVP를 거머쥐었다. 코빈 역시 월드시리즈에서 선발과 불펜 전천후로 나왔다. 3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3.60의 기록으로 우승에 일조했다.
문제는 월드시리즈 우승 직후다. 코빈은 2019년 시즌을 앞두고 6년 1억4000만 달러(약 1835억 원)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했기에 성공적인 영입이라고 평가 받았다. 하지만 코빈은 이 해에만 반짝 활약을 했다. 2020년 11경기 2승7패 평균자책점 4.66의 성적을 남기며 불안감을 안기더니 지난해 9승16패 평균자책점 5.82를 기록했고 최다패 투수의 불명예를 떠안았다. 올해 역시 4승15패 평균자책점 6.57을 기록 중이다. 이대로 계속 마운드에 오르면 20패 투수가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팬그래프’기준 올해 WAR은 0.8. 그저 선발진에서 이닝을 소화해주는 역할만 하고 있다. 아직도 2년 5900만 달러 계약이 남았다.
그래도 코빈은 경기에 나서고 있기에 다행이랄까. 스트라스버그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워싱턴은 2019년 월드시리즈 우승 직후 7년 2억4500만 달러(약 3211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2017년 7년 1억75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지만 3시즌을 보내고 옵트아웃을 행사해 워싱턴과 다시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이 계약 직후 스트라스버그가 드러누울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이후 손목터널 증후군, 어깨 염증, 목 통증에 시달렸고 신경성흉곽출구 증후군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1년 여의 재활을 마치고 지난 6월 10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 등판했다. 하지만 4⅔이닝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7실점으로 부진했다. 이후 신경문제가 다시 발생하며 60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올 시즌 복귀가 불투명하다. 계약 직후 3년 간 8경기 평균자책점 6.89의 초라한 성적이다. 그리고 4년 계약이 더 남았다.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결과를 얻었고 다시 리빌딩 모드로 돌아선다. 하지만 두 명의 악성 계약 선수들이 남아있다는 것은 워싱턴 입장에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