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놀래킨 주루 플레이었다. 130kg 거포의 폭풍 질주에 이은 깜짝 홈 슬라이딩이었다.
롯데는 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4-3으로 재역전 승리를 거뒀다. 후반기 7연패에서 탈출한 이후 2승 1무 상승세다.
1-3으로 뒤진 7회말이 승부처였다. LG는 선발 플럿코에 이어 필승조 정우영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선두타자 전준우가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이날 2타수 무안타였던 이대호는 149km 투심을 밀어쳐 중전 안타로 1,3루 찬스를 연결했다.
이후 하이라이트 장면이 나왔다. 안치홍은 1볼 2스트라이크에서 정우영의 주무기 투심을 밀어쳐 우중간으로 타구를 날렸다. 펜스 가까이 굴러갔고, 3루 주자는 여유있게 홈을 밟았다. 관건은 1루 주자 이대호가 어디까지 뛰느냐였다.
발이 느린 이대호는 2루에서 안타가 나와도 홈으로 못 들어올 때가 제법 있다. 안치홍의 우중간 타구에 이대호는 전력 질주를 했고, 3루 주루코치 김평호 코치는 세차게 팔을 돌려 홈 쇄도를 주문했다.
1루에서 2루를 돌아 3루 베이스를 밟은 이대호는 홈으로 질주했다. LG 야수는 중계 플레이를 했고, 우익수에서 2루수를 거쳐 포수에게로 송구됐다.
홈 송구는 3루쪽으로 살짝 치우져, 유강남이 공을 잡고서는 이대호를 태그하려 했으나 닿지 못했다. 이대호는 몸을 살짝 비틀어 태그를 피했는데, 발로 홈플레이트를 밟지 못하고 슬라이딩하면서 왼손으로 터치했다.
스텝이 살짝 꼬이면서 자칫 부상을 당할 뻔한 자세가 됐다. 어쨌든 왼손으로 홈플레이트를 가까스로 짚었다. 앞서 득점을 올린 전준우가 두 팔을 벌려 세이프 시그널을 했다.심판의 판정도 세이프. LG가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보기 힘든 이대호의 홈 폭풍 질주와 아크로바틱한 슬라이딩까지, 롯데 팬들은 이대호를 연호했다.
경기 후 이대호는 치료를 이유로 수훈 선수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대호는 구단 홍보팀을 통해 “열심히 뛰었다. 아웃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세이프 되어 다행이다. 코치님이 잘 돌려주셨다. 남은 경기도 팀이 이길 수 있다면 열심히 치고 달리겠다”고 말했다.
동점 3루타를 친 안치홍은 "생각보다 타구가 멀리 날아가서, 대호 형이 홈으로 뛰면 3루까지 갈 수 있겠다 생각했다. (멈짓했는데) 대호 형이 홈으로 뛰는 것을 보고 3루로 달렸다. 대호 형의 그 베이스러닝으로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