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진만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고 먼저 한 일은 전임 감독에 대한 예우였다. 본격적인 위기 수습에 앞서 허삼영 전 감독에게 전화를 걸고 그 동안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박 대행은 지난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시즌 8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어려운 시기에 감독대행를 맡은 소감과 향후 지휘 방향을 전했다.
삼성은 지난 1일 허삼영 감독의 자진 사퇴라는 돌발 상황을 맞이했다. 94경기 38승 2무 54패 9위로 처진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7월 31일 대구 롯데전 종료 후 사퇴의 뜻을 전한 허 감독이었다. 삼성은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고, 허 감독은 “최선을 다했는데 팬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 라이온즈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라는 말을 남기고 정든 라이온즈를 떠났다.
삼성은 2일 잠실 두산전부터 박진만 퓨처스 감독 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현역 시절 국민 유격수로 불렸던 박 대행은 2017년 삼성 수비, 작전코치를 맡아 능력을 인정받으며 이번 시즌부터 퓨처스 팀 감독을 맡고 있었다. 삼성이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르는 건 1997년 건강 상 이유로 퇴진한 백인천 감독 이후 무려 25년만이다.
박 대행은 “마음이 무겁다”라는 첫마디와 함께 “갑자기 변화가 생겨 선수들이 당황했을 것이고, 나 또한 마음이 조금 그렇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선수들이 동요되지 않도록 잘 이끌어야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1일 감독대행 부임과 함께 가장 먼저 한 일은 함께 같은 곳을 보고 걸었던 전임 감독과의 전화통화였다. 박 대행은 “경산에 있어서 얼굴은 뵙지 못해 전화를 드렸다”라며 “감독님께 퓨처스에 있으면서 잘 보필을 못한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감독님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잘해줬는데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1군에서 선수들을 잘 관리해달라고 말씀해주셨다. 감독님은 계속 대구에 계시니까 시간 맞춰 뵐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대행은 부임과 함께 주장을 바꾸고, 각 부문별 코칭스태프 권한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주장을 김헌곤에서 오재일로 바꾼 박 대행은 “김헌곤이 1군에서 경기 감각이 떨어져 보였다. 퓨처스리그서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2군으로 보냈다”라며 “주장은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가 해야 한다. 벤치에서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오재일 선수로 결정을 했다”라고 배경을 밝혔다.
코칭스태프 권한 확대는 감독대행이라는 신분이 낳는 한계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박 대행은 “내가 못 보는 상황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스태프들에게 권한을 더 준다고 했다”라며 “안일한 상황이 생기면 언제든지 이야기해서 변화를 줄 것이다. 프로 선수이기에 안 좋으면 안 좋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프로는 1, 2위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세계”라고 강조했다.
삼성 선수단에게는 최선을 다하는 주루플레이를 주문했다. “타자는 못 칠 수도 있고, 투수는 맞을 수도 있지만 뛰는 건 슬럼프가 없다. 이건 어느 스포츠나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한 박 대행은 “러닝에 최선을 다해주면 분위기가 올라가고 슬럼프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타격감이 안 좋을 때 러닝을 많이 시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열심히 러닝을 해달라고 주문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박 대행의 데뷔전은 2일 우천 취소로 하루 연기됐다. 2일 선발투수였던 알버트 수아레즈가 3일에도 그대로 나설 계획. 두산 또한 로테이션 변동 없이 최원준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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