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레드삭스 포수 크리스티안 바스케스(32)는 2일(이하 한국시간)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을 앞두고 타격 훈련 중이었다. 이날 그는 5번타자 포수로 보스턴의 선발 라인업에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타격 훈련 중 바스케스는 구단 관계자를 통해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다. 이날 상대팀인 휴스턴으로 넘어간다는 소식이었다. 보스턴은 주전 포수 바스케스를 휴스턴으로 보내며 마이너리그 유망주 유틸리티 엔마누엘 발데스와 외야수 윌리어 아브레유를 받았다.
갑작스러운 통보였고, 바스케스의 당황스런 표정이 화면에 잡혔다. 미국 보스턴 매체 ‘매스라이브’에 따르면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이 타격 훈련 전 바스케스에게 트레이드 가능성을 귀띔해줬다. 이에 바스케스가 “나 여기서 타격 연습해도 돼?”라고 물었고, 코라 감독은 “물론이지. 넌 우리 가족의 일원이야”라면서 훈련을 허락했다.
미리 언질이 있었지만 바스케스의 표정은 복잡다단했다. 타격 훈련을 중단한 뒤 동료 선수들로부터 위로를 받은 바스케스는 기자들의 물음에 “트레이드가 됐다고 한다. 이건 비즈니스”라고 답했다. 보스턴 홍보 직원들이 바스케스를 서둘러 클럽하우스로 데려가면서 더 이상 코멘트는 들을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덕아웃 맞은편 휴스턴으로의 트레이드였다. 보스턴 중심타자 J.D. 마르티네스는 “바스케스가 팀의 모든 비밀을 누설할 수도 있다. 그는 우리의 모든 미팅에 참석했고, 이제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 저곳으로 가고 있다”며 바스케스가 휴스턴전을 위한 팀 전략 미팅에도 참여한 사실을 밝혔다. 트레이드가 발표된 후 보스턴의 라인업에서 빠진 바스케스는 휴스턴 소속으로 이날 경기에 나오진 않았다. 경기는 보스턴의 3-2 승리로 끝났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바스케스는 지난 2008년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전체 292순위로 보스턴에 지명된 뒤 2014년 빅리그 데뷔했다. 올해까지 8시즌 통산 698경기 타율 2할6푼2리 610안타 54홈런 266타점 OPS .700을 기록했다. 2019년 개인 최다 23홈런을 치며 주전으로 자리잡았고, 올 시즌에도 84경기 타율 2할8푼2리 8홈런 42타점 OPS .759로 활약 중이다.
시즌 후 FA가 되는 바스케스는 보스턴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5위로 가을야구가 쉽지 않아지자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이적설이 끊이지 않았다. 바스케스는 “아직 우리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보스턴에만 15년 있었고, 계속 이곳에 남고 싶다”고 팀 잔류를 희망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마르티네스는 “바스케스는 내가 함께한 동료 중 최고였다. 다방면에서 뛰어나다. 휴스턴이 훌륭한 선수를 영입했고, 그곳에도 잘 어울릴 것이다. 우리는 바스케스가 그리울 것이다”며 아쉬워했다.
한편 보스턴은 주전 포수 바스케스가 떠난 자리에 시카고 화이트삭스 백업 포수 리즈 맥과이어를 트레이드로 데려와 메운다. 아울러 구원투수 제이크 디크먼을 시키고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하면서 신시내티 레즈 외야수 토미 팸을 영입해 공격력을 보강했다. 팸은 시즌 후 상호 옵션에 따라 FA가 될 수 있다. 셀러도, 바이어도 아닌 애매한 행보에 대해 하임 블룸 보스턴 사장은 “우리의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아직까지 퍼즐이 완성되지 않았다”며 추가적인 트레이드, 로스터 변동을 예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