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건’이 하주석(28·한화)에겐 약이 됐다. 많은 팬들을 실망시키며 비난을 받고 마음 고생도 했지만 복귀 전후로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면서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삼을 기세다.
하주석은 지난 6월16일 대전 롯데전까지 시즌 타율 2할1푼3리(202타수 43안타)에 그쳤다. 당시까지 규정타석 타자 49명 중 48위로 리그 바닥. 이날 경기에서 8회 심판 볼 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과격한 행동을 한 것도 극심한 타격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폭발한 결과였다.
팀 사정상 하주석이 2군에 내려가 재정비를 할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사건이 터지면서 KBO로부터 1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고 서산에 내려가 심신을 추슬렀다. 자주 보지 못한 어린 후배들과 같이 훈련하며 초심으로 돌아간 하주석은 지난달 5일 대전 NC전에 1군 복귀 후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복귀전 첫 타석 초구 번트 안타 포함 멀티히트로 시작한 하주석은 17경기에서 69타수 28안타 타율 4할6리 1홈런 12타점 OPS .982로 폭발했다. 7월 리그 전체 타율, 안타 3위. 복귀 전후로 타격의 변화가 눈에 띈다. 헛스윙 비율이 17.1%에서 12.5%로 떨어졌고, 삼진율도 27.9%에서 19.4%로 낮췄다. 헛스윙이 줄면서 타석의 질이 몰라보게 향상됐다. 시즌 성적도 77경기 타율 2할6푼2리(271타수 71안타) 4홈런 43타점 OPS .671로 많이 올라왔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하주석의 변화를 체감한다. 수베로 감독은 “하주석의 타격 타이밍이 시즌 초에 비해 확연하게 좋아졌다.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는 점도 좋다”고 칭찬했다. 6월까지 좌투수(.275)보다 우투수(.188)에 약했는데 7월 복귀 후에는 우투수(.350), 좌투수(.526) 모두 공략했다.
그 사건 이후로 하주석의 마인드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그는 “지금은 마음 비우고 한다. 그 전에는 한 타석, 공 하나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며 일희일비했다. 그런 사건 이후 스트레스받지 않으려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타석에서 덤벼들지 않고 차분해졌다. 애매한 볼 판정이 나와도 표정 변화 없이 수긍한다.
지난달 29일 대전 두산전에선 수비 중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다쳐 출혈도 있었지만 이튿날 붕대를 감고 지명타자로 선발출장을 강행했다. 이날 5번 중심타순으로 올라와 5타수 3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수베로 감독은 “하주석이 복귀 후 좋은 타격을 보여주기도 했고, 득점권 타율도 4할대(.471)라서 5번 타순에 올렸다”면서 “경기 전 타격 연습할 때 다친 손가락에 반창고를 하고 나왔더라. 검지가 살짝 들리면서 나오는 스윙의 면이 이상적이었다. (부상인데)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이 보여 김인환과 타순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수베로 감독의 눈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 사건 이후 마음을 비우고 스윙도 가벼워진 하주석의 변화가 8월에도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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