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오랜 기간 포수난에 시달렸다. 지난 2013년 신경현이 은퇴한 후 젊은 포수를 키우지 못하면서 조인성, 허도환, 차일목 등 다른 팀 베테랑들을 트레이드나 2차 드래프트로 수혈해야 했다.
2017년 트레이드로 온 최재훈이 주전으로 자리잡은 뒤에도 김종민, 이해창, 백용환 등 백업 포수들을 외부에서 데려왔다. 백업으로 성장하던 지시완을 2019년 시즌 후 롯데로 트레이드하면서 젊은 포수의 씨가 마르는 듯했다. 지난해 시즌 종료 후 FA가 된 최재훈과 5년 54억원에 서둘러 재계약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젊은 포수들의 폭풍 성장 중이다. 지난 2016년 2차 8라운드 전체 79순위로 입단한 뒤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박상언(25)이 5월 1군 콜업 후 폭풍 성장하며 백업 포수로 자리매김했다. 최재훈이 침체된 시즌이지만 박상언이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37경기 타율 2할3푼2리(82타수 19안타) 3홈런 13타점 OPS .669로 타격에서 펀치력을 보여주고 있는 박상언은 수비력도 일취월장했다. 잡기 어려운 파울 타구도 번개 같은 반응 속도와 놀라운 집중력으로 건져낸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인정한다. 수베로 감독은 “박상언이 올해 큰 성장을 이루고 있다. 성격적으로 좋은 리더가 될 자질이 있다. 당일 투수의 폼을 보고 어떤 공이 잘 통할지, 볼 배합에 대해 매 순간 공부하고 고민한다. 항상 열정적이고, 팀 동료들이 깨어있을 수 있게 해준다”며 향후 출장 비율이 늘어날 가능성도 밝혔다. 현재는 주 1~2회가량 선발 마스크를 쓰고 있다.
2군 퓨처스리그에서도 포수 유망주들이 자라고 있다. 지난해 아마추어 포수 중 최대어로 올해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신인 허인서(19)가 1군을 5경기 경험한 뒤 퓨처스리그 주전 포수로 경험을 쌓고 있다.
수베로 감독이 “만 18세 선수답지 않게 능숙하게 공을 잘 받는다. 살바도르 페레즈(캔자스시티) 이후 이 나이에 이 정도 포수 재능을 보여준 선수는 처음 봤다”고 극찬했다. 허인서는 퓨처스리그 46경기 타율 2할5푼9리(158타수 41안타) 1홈런 17타점 15볼넷 21삼진 OPS .659로 방망이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젊은 포수가 있다. 2019년 2차 9라운드 전체 83순위로 뽑힌 4년차 허관회(23)도 최근에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군 28경기 출장 기회를 받았지만 기대에 못 미쳤던 허관회는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육성 과정을 밟고 있다. 20경기 타율 3할8푼5리(52타수 20안타) 2홈런 12타점 OPS .969로 타격 장점을 살리고 있다. 이희근 한화 퓨처스 배터리코치는 “야구 센스가 있고, 포수로서 생각이 잘 정립된 선수다. 화려하지 않지만 영리한 플레이를 하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타격에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곧 수비에서의 장점도 두드러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허관회도 “하나부터 열까지 나 자신을 업그레드하는 게 올해 목표였다. 이희근 코치님과 이해창 선배님의 기술적, 정신적 조언으로 기복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지만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준비 중이다. 포수는 수비가 우선이고, 그렇기 때문에 타격’도’ 좋은 포수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
수베로 감독은 “미국 야구에서 유격수가 충분히 있다는 말은 없다. 포수도 마찬가지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젊은 포수들 성장이 고무적이다”고 말한 바 있다. 박상언과 허인서에 허관회까지, 만 25세 이하 포수 유망주들이 넘치는 지금 상황이 한화로선 격세지감. 미래 한화의 포수 왕국 꿈도 무르익어가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