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날린 경기가 몇 경기인데’라는 생각이 들 법하다. 주위의 무수한 경고와 우려의 시선을 모두 무시하고 이제서야 외국인 투수를 바꾼다. 과연 최대 ‘40만 달러’ 가치의 선수로 팀의 포스트시즌을 이끌 수 있을까.
롯데 자이언츠가 결단을 내렸다. 롯데는 지난달 30일, 외국인 투수 글렌 스파크맨을 웨이버 공시했다고 밝혔다. 19경기 2승4패 평균자책점 5.32(84⅔이닝 50자책점), 89탈삼진, 43볼넷, WHIP 1.65, WAR 0.54의 기록을 남긴 채 한국무대 생활을 마무리 하게 됐다.
올해 롯데와 총액 80만 달러(연봉 50만 달러, 인센티브 3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한국 무대를 압도해주기를 바랐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도 모두 수준급으로 평가를 받았다. 기대는 나름대로 컸다. 그러나 입국 부터 코로나19로 원활하지 않았고 개막을 앞두고는 옆구리 부상을 당해 출발이 늦었다.
경기들을 보면 장점을 극대화하지 못했다. 구종을 모두 활용하지 못하면서 패턴이 단조로웠다. 여기에 150km대의 구속에도 공 끝 자체는 위력적이지 않다고 상대들이 분석을 마치자 스파크맨은 5이닝도 채우지 못하는 외국인 투수로 전락했다.
5월 5일 수원 KT전 0이닝 6실점의 대참사의 주범이었고 7월 24일 사직 KIA전 3이닝 6실점으로 조기 강판 당하며 0-23, 역대 최다 점수차 패배의 원흉이 됐다.
이미 구단 안팎에서 스파크맨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바뀌지 않는 패턴이 반복되자 팀은 연전연패를 했고 불펜진의 과부하는 불가피했다. 하지만 구단의 교체 의지를 현장이 붙잡았다. 구단은 결국 현장의 의견에 따른다는 이유로 교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 올스타 휴식기가 지나고 후반기를 치르면서 2경기를 치르면서도 변함 없었다. 스파크맨을 고집스럽게 밀고나간 구단과 현장 모두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이미 가을야구행 열차는 멀어지고 있는 상황. 전력질주를 해도 떠나가는 기차를 붙잡기는 희박하다.
지난달 30일 스파크맨 웨이버 공시 직후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래리 서튼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위해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8월 이후 합류하는 외국인 투수가 팀의 포스트시즌을 이끌 정도의 역량을 갖고 있을지가 현실적으로 의문이다.
현재 외국인선수 규정으로는 선수의 연봉, 계약금, 인센티브에 영입에 필요한 이적료, 세금 등을 합쳐서 100만 달러를 넘겨 계약을 할 수 없다. 100만 달러 상한제에 발목을 잡히는 구단들이 많다. 메이저리그에서 부르는 이적료까지 100만 달러에 포함되는 게 구단의 애로사항을 증폭시키는 부분이다.
더군다나 대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다면 금액은 기간에 비례해서 줄어든다. KBO규약 외국인선수 고용규정 제8조 2항에 의하면 ‘2월 1일 이후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거나 정규시즌 개막일 이후 신규 외국인선수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지출할 수 있는 는 최대 비용은 연봉, 계약금, 특약(인센티브) 및 원 소속구단에 지불하는 이적료를 합쳐 잔여 계약기간 1개월 당 최대 미화 10만 달러로 제한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연봉을 지급하는 2월부터 6개월이 지났다. 100만 달러에서 60만 달러가 빠졌다. 이제 8월에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영입을 하게 되면 연봉, 계약금, 인센티브, 이적료 등 모든 비용을 40만 달러 안으로 맞춰야 한다.
하지만 40만 달러 가치를 가진 선수가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올해 외국인 투수 시장은 암울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포스트시즌 기용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교체 마감 시한은 8월 15일 내에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 외국인 투수를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만한 가치의 투수가 시장에 남아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최근 10년 내에 외국인 투수 교체 역사를 봐도 8월에 영입한 뒤 활약을 펼치는 경우가 드물었다. 2011년 삼성 저스틴 저마노(8월 5일), 2015년 한화 에스밀 로저스(8월 1일), 2019년 삼성 벤 라이블리(8월 4일) 정도가 꼽을 수 있다. 그만큼 8월의 외국인 선수 교체는 표본 자체가 적고 위험부담도 크다. 당연히 성공 가능성도 가늠하기 힘들다.
물론 올해 외국인 타자 DJ 피터스를 퇴출하고 잭 렉스 영입 작업을 일주일 내에 재빠르게 완료한 것처럼 빠르게 교체가 진행될 수도 있다. 물밑에서 작업을 마치고 곧장 새로운 투수 영입을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무수한 경고를 무시하고 이제서야 스파크맨의 교체를 단행한 것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롯데의 마지막 승부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