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달 29일 대전 한화전에서 7-3 역전승을 거둔 뒤 포수 박세혁(32)을 콕 집어 칭찬했다. “마무리투수 홍건희가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박세혁이 투수들을 끝까지 차분하게 잘 리드해줬다.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포수 출신으로 배터리코치를 오래 한 김 감독은 포수 평가에 있어 무척 냉정하다. 2019년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끈 주전 포수 박세혁이지만 김 감독의 눈높이를 채우지 못해 경기 초반에 교체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올해도 지난 6월10일 잠실 LG전에서 3회 문책성 교체를 당하기도 했다.
박세혁을 아끼는 만큼 엄하게 대하는 김 감독이라 칭찬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튿날 김 감독은 “세혁이의 방망이가 계속 좋아지고 있지만 (투수와의) 볼 배합에 있어 맞으면 항상 아쉽다. 순간순간 지시를 주는데 쉽지 않다”며 “어린 투수들이 많다 보니 이끌어가는 세혁이도 많이 힘들다. 그런 부분에서 칭찬한 것이다”고 말했다.
유희관, 이용찬, 김승회 등 최근 몇 년 사이 베테랑들이 하나둘씩 떠난 두산 마운드. 장원준이나 이현승 등 남은 베테랑들도 더 이상 팀의 중심이 아니다. 그 사이 어린 투수들이 1군에 많이 올라왔지만 경험 부족이 드러나고 있고, 두산 마운드의 견고함도 예전 같지 않다. 이들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포수 박세혁의 부담이 누구보다 크다.
첫 FA 자격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즌인데 방망이도 맞지 않았다. 시즌 중반까지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6월까지 67경기 타율 2할2푼7리(194타수 44안타) 무홈런 26타점 OPS .603. 백업 포수가 마땅치 않은 두산 팀 사정상 2군에서 재정비하거나 편하게 쉴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7월을 기점으로 조금씩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7월 18경기 타율 3할4푼7리(49타수 17안타) 2홈런 8타점 OPS .917로 타격이 살아났다. 29일 한화전에선 2루타 1개 포함 5타수 4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9회초 덕아웃으로 날아온 양석환의 바운드된 파울 타구에 머리 쪽을 맞는 아찔한 순간이 있었지만 9회말 수비까지 다했다.
박세혁은 “전반기 막판부터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는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포수로서, 또 타자로서 어떤 역할이든 도맡아 팀 승리만을 생각하겠다”고 남은 시즌 팀의 반등도 다짐했다. 박세혁이 시즌 끝까지 버텨줘야 두산의 가을 야구가 가능하다.
6위 두산은 5위 KIA에 6경기 차이로 뒤져있지만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지난해에도 두산은 96경기를 치른 시점까지 8위(43승51패2무)로 5위에 5경기 차이로 열세였으나 마지막 48경기(28승14패6무)에서 리그 최고 승률(.667)로 뒷심을 발휘했다. 정규시즌 4위로 포스트시즌에 나간 뒤 KBO리그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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