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가 계속 있었다면 박병호가 30홈런을 쳤을까요?”
시간을 지난 스토브리그로 돌려보자. KT는 FA 시장이 막바지로 향하던 작년 12월 말 홈런왕 5차례에 빛나는 국민거포 박병호를 3년 총액 30억원에 전격 영입했다. 2017년 황재균 이후 4년 만에 이뤄진 외부 FA 투자였다. 여기에 공격, 수비, 주루가 모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헨리 라모스를 데려오며 강백호-박병호-라모스로 이어지는 막강 클린업트리오를 구축했다.
KT에게 강백호 부상이라는 비보가 들려온 건 개막을 앞둔 3월 말. 4시즌 통산 타율 3할2푼5리의 간판타자가 불운하게도 계단에서 넘어져 우측 새끼발가락 골절상을 당했다. 정밀 검진 결과 복귀까지 최소 3~4개월이 걸린다는 소견이 나오며 이강철 감독이 당초 구상했던 플랜이 모두 꼬여버렸다. 원래는 박병호의 나이를 감안해 지명타자와 1루수 사이서 체력 안배를 도우려 했으나 강백호의 이탈로 35살 내야수가 풀타임 주전 1루수를 맡게 된 것.
박병호는 예상보다 강하고, 튼튼했다. 강백호가 발가락 골절상에 이어 이달 초 햄스트링 부상으로 다시 이탈했지만 주전 1루수를 맡아 89경기 타율 2할6푼5리 30홈런 78타점 OPS .914의 파괴력을 뽐내는 중이다. 2019년 33홈런 이후 3년만의 30홈런으로 회춘을 알렸고, 2위 김현수(LG) 무려 11개 앞선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1루수 수비 이닝도 25살 황대인(KIA, 711이닝)에 이어 전체 2위(646⅓이닝)에 달한다.
KT는 올 시즌 92경기 49승 2무 41패 4위에 올라 있다. 그 중 강백호가 나선 경기는 4분의1도 안 되는 22경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박병호의 기량 극대화라는 전화위복으로 이어진 듯하다. 박병호의 체력 과부하를 향한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었으나 철저한 자기관리와 코칭스태프의 멘탈 관리 속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모습이다. 30억원이라는 계약 규모는 물론 강백호의 부상 이탈로 인한 책임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강백호는 이달 초 MRI 검진 결과 왼쪽 좌측 햄스트링 ‘Grade2’ 손상 판정을 받으며 복귀까지 약 6주가 소요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예상 복귀 시점은 내달 중순이 될 전망. 그래도 다행히 홈런 1위 박병호와 지명타자를 담당하는 타자들의 고른 활약 속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조급함 없이 상태가 완전해질 때까지 재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 감독은 “이번에 다시 다치면 시즌이 끝나버린다. 햄스트링은 금방 재발하니까 확실하게 마치고 돌아와야 한다. 어설프게 해서 올리고 싶지 않다”라며 “그 전에 발가락 부상도 당했었고, 향후 가을야구 하려면 필요한 선수라 재활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사령탑은 박병호가 올해 30홈런 타자로 부활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을 되돌아보며 “강백호가 있었다면 박병호가 30개를 쳤을까요. 어떻게 됐을까요”라고 취재진에 물었다. 전화위복으로 리그 최강의 4번타자를 얻은 사령탑의 여유가 느껴졌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