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이정후는 지난 28일 수원 KT전에서 최단기간, 최연소 1000안타 기록을 달성했다.
만 23세 11개월 8일, 747경기만에 달성한 1000안타 대기록. 아버지 이종범의 최소경기 1000안타(779경기)와 이승엽의 최연소 1000안타(25세 8개월 9일)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KBO리그 40주년을 맞이해 뽑은 '레전드 40인'에 포함된 두 명의 전설들을 모두 뛰어넘었다.
이미 100안타 단위로 최소경기,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7년 데뷔해 179안타를 기록한 뒤 매년 163안타 이상 씩을 생산해내면서 단숨에 1000안타 기록까지 도달했다.
지난 28일 경기에서 키움은 2-8로 패했다. 그럼에도 전무후무할 수도 있는 1000안타 기록에 대한 시상을 미룰 없었다. 그는 "경기 결과가 내 마음대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는 경기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또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버지 이종범(LG 퓨처스 팀 감독)과도 얘기를 나눴다. 그는 "아버지께서 축하해주시면서 '네 노력해서 이런 결과를 만들어서 자랑스럽다'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최소경기, 최연소 1000안타가 자랑스러운 대기록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부담을 가지지 않았다. 이미 100안타 단위의 기록들도 모두 경신하고 1000안타까지 왔기에 감흥이 크지 않았다고. 그는 "어차피 작성될 기록이었다. 사실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오늘 꼭 해내야 한다'라는 마음은 없었고 그저 똑같이 준비를 했다"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1000안타에는 남들이 이해하기 힘들 수 있는 의미를 부여했다. '아버지의 후광'에 대한 지점이었다. 그는 "사실 개인적으로 뿌듯했던 게 있었다. 나는 프로에 입단하기 전부터, 데뷔하기 전부터, 경기를 치르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의 많은 시선, 그리고 시기와 질투적인 시선들과 싸워왔다"라면서 "주위의 이런 시기, 질투들을 이겨낸 게 자랑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정후의 원대한 목표는 모두가 알고 있다. 국내 무대에 남는다면 3000안타를 노려보는 것이고, 아니라면 메이저리그 혹은 일본프로야구로 진출하는 것. 이미 이정후를 향한 해외의 관심은 충분하다. 이정후도 내심 해외진출을 바라고 있고, 메이저리그 무대가 다음 행선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한국에서 커리어를 이어갈 경우 3000안타를 친 선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그것을 목표로 할 수 있다"라면서도 "해외 진출을 하는 경우에는 또 그 리그에서 계속 성공하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이때 1000안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세운 목표들을 하나씩 이루기 위해서는 거쳐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큰 목표들을 위해서 열심히 할 생각"이라며 "1000안타가 최종 목표는 아니다. 엄청 티내면서 기뻐해야 할 정도의 기쁨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되게 묘했다"라고 답했다.
만약 국내에 잔류해 3000안타에 도전을 한다면 꾸준함이 관건이다. 지금 페이스대로면 182안타로 시즌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정후가 올해 182안타를 기록한다고 가정할 때, 야구통계학자 빌 제임스가 고안한 페이버릿 토이(Favorite Toy)라는 계산법을 통해 이정후의 3000안타 달성 확률을 계산해 보면 37%가 나온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이정후는 앞으로 9.5시즌을 더 뛸 수 있고, 연평균 176.5안타를 기록해 통산 2740안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정후가 더 오랫동안 KBO리그에서 뛸 수록 3000안타 확률은 더 높아진다.
그러나 이정후의 마음과 시선은 해외로 향하는 듯 하다. 3000안타든, 해외 진출이든 모두 개인의 원대한 목표다. 과연 1000안타를 기점으로 이정후의 야망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