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양의지(35)는 지난 2020~2021년, 2년 동안 주장을 맡으면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뽐냈다. '할 말 하는' 캡틴으로서 스스로 악역을 자처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회장을 맡은 뒤 경기 외적으로 신경쓸 게 많아졌다. 올해는 주장 완장을 내야수 노진혁에게 넘겼다. 노진혁 역시 구단 내에서는 모두가 입을 모아 '주장감' 선수로 불렸기에 무리 없이 바통터치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노진혁은 올해 시작부터 코로나19 확진으로 고생했고 이후 고질적인 허리 통증 등으로 고생했다. 이중고에 시달렸다. 전반기 막판에는 질책성 1군 엔트리 말소의 경험까지 해야했다. 결국 후반기 시작과 함께 양의지가 주장 완장을 다시 넘겨 받게 됐다.
노진혁은 주장 완장을 내려놓고 후반기 7경기 타율 5할1푼9리(27타수 14안타) 6타점 OPS 1.293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그만큼 주장의 중압감이 컸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양의지는 "주장 안하니까 어떻게 저렇게 야구를 잘 할 수 있냐"라며 푸념을 늘어 놓으면서도 "선수협 회장은 올해 마지막이니까 이후에 다시 주장을 맡든지 할 생각이었는데, (노)진혁이가 옆에서 너무 힘들어하고 못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제가 하겠다'라고 했다. 그게 나도 마음이 더 편하다. 제가 지난해 팀 상황이 안 좋을 때 넘겨줬는데 또 하려다가 안되는 것을 보니까 진혁이도 힘들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양의지는 후반기 주장을 맡으면서 타율 1할9푼2리(26타수 5안타) OPS .613으로 부진하다. 하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29일 창원 키움전에서 양의지는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4타수 2안타를 기록했고 7회 2루타를 때린 뒤 닉 마티니의 우전 적시타 때 전력질주해서 홈을 밟았다. 이 과정에서 슬라이딩을 하다가 오른쪽 무릎에 찰과상을 입었고 유니폼에 피가 묻었다. 그는 "여전히 감이 좋지 않은 것은 똑같다. 그래도 팀이 이겨서 괜찮다"라면서 "1승을 위해서라면 몸이 부서져서라도 해야한다.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여러 친구들이 자신감도 올라오고 분위기도 좋은 것 같다"라고 웃었다.
피 흘리며 몸을 아끼지 않는 캡틴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악역 모드'로 돌아가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양의지는 마냥 온화한 리더가 아니다.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선수단의 기강을 카리스마로 휘어 잡았다. 다시 주장 완장을 찬 만큼 무서운 양의지로 돌아온 셈이다.
그는 "그동안 주장이 아니라 참은 게 있었다"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뒤 "농담으로 '다 내 말 들어라'라고 했지만 강하게 얘기하지는 않았고 일단 재밌게 하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못하면 바로바로 쓴소리를 할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정신을 바짝바짝 차리게 하는 고참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팀의 중심이 잡힌다고 생각한다"라며 "어린 선수들끼리만 있으면 난장판인 경우도 많이 보였다. 고참이 중심을 잡아줘야 팀이 한 방향으로 가는 데 튀는 선수들 없이 잘 이끌어야 한다. 그동안 야구를 하면서 본 결과 그래야만 1년 동안 팀이 잘 돌아간다"라고 자신의 리더십 지론을 재차 강조했다.
LG, KIA, 그리고 키움 등 후반기 시작과 함께 상위권 팀들과 연달아 만났다. 하지만 LG, KIA를 상대로 모두 위닝시리즈를 달성했고 29일 키움전 5-3으로 승리하며 키움전 4연패도 끊었다.
그는 "이제 우리 팀도 거의 완전체가 됐다. 지금 분위기도 좋고 상위 팀들도 우리팀 만나기를 껄끄러워 할 것이다. LG, KIA 모두 잘 했는데 우리한테 졌다"라면서 "올해 마무리를 좋게 해야한다. 그래야 내년에 기대할 수 있다. 올해 끝까지 잘하는 모습을 유지하면서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라고 기대를 하게끔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