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이대호의 은퇴투어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남은 시간은 정말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은 시간 내에 ‘간절한 소원’이 이뤄질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촉박한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 됐다.
롯데는 지난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5-8로 패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6연패를 당했다. 전반기 막판 4연승을 달리며 호기롭게 후반기에 5위권에 도전했지만 5위 KIA에 스윕패를 당했다. 0-23의 역대 한 경기 최다 점수차 패배까지 마주했다. 대참사의 시간이었다. 이후 분위기를 수습하지 못한 채 5위 추격을 노리면서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 두산을 상대로도 스윕패를 당했다. 2연속 스윕패로 6연패. 5위 추격을 노리던 6위에서, 8위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7위로 떨어졌다.
지난 28일에는 두산이 10개 구단 중 처음으로 이대호의 은퇴투어 스타트를 끊었다. 올스타전에서 10개 구단 선수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은퇴투어의 시작을 알렸고, 이후 본격적인 은퇴투어가 시작됐다. 두산 구단은 경기 전 이대호 헌정영상을 전광판에 상영했고 구단 차원에서 이대호의 좌우명은 ‘가장 큰 실패는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가 적힌 이천 달항아리를 선물로 준비해서 전달했다. 이대호는 두산 구단에 사인배트를 전달하면서 감사함을 표현했다.
이대호는 은퇴투어날에도 그라운드에서 건재함을 알렸다. 0-5로 끌려가던 7회 1사 1,2루에서 팀 득점의 물꼬를 텄다. 두산 선발 로버트 스탁이 115구가 넘어가는 투혼을 펼치면서 던진 156km 패스트볼을 받아쳐서 우중간 2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불혹의 나이에도 이대호는 여전히 156km의 강속구를 통타할 수 있는 역량을 과시했다.
이후 3-8로 크게 뒤진 9회에도 이대호는 적시타를 뽑아내면서 3타점 경기를 만들었고 마지막까지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완패가 자명한 상황에서도 이대호의 적시타 한 방에 끝까지 자리를 지키던 3루 측 롯데 팬들은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후반기 롯데의 침체와 함께 이대호 역시도 부진하다. 6경기 타율 1할8푼2리(22타수 4안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주자가 놓인 상황에서 이대호만큼 해결해 준 타자도 없었다. 후반기 이대호가 6타점을 올리고 있다.
여전히 이대호에게 ‘해결사’ 역할을 기대는 게 롯데의 실정이다. 이대호는 여전히 관록을 과시하며 최고의 은퇴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팀의 성적은 반비례한다. 어쩌면 예견된 결과였다. 이대호의 간절한 소원은 롯데의 우승이었다. 그만큼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 열망이 강했다. 은퇴를 예고한 선수의 간절한만큼 팀의 전력은 따라주지 못한다.
이제 곧 8월로 접어든다. 무더위와 싸우면서 2연전 체제를 치러야 한다. 고난의 행군이 예고된 시점. 점점 확률이 희박해지고 있고 이대호에게 남은 시간도 줄어들고 촉박해지고 있다. 8월에 승부를 봐야 한다. 과연 롯데는 이대호의 간절한만큼 촉박한 시간 내에 기적적인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까.
롯데는 29일 대구로 이동해 삼성을 상대로 6연패 탈출을 노린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