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나이가 어리지만 나 보다 더 수준이 높은 것 같다. 스타일은 다르다. 내가 장타를 치는 스타일이라면, 그 선수는 안타와 정교함을 갖춘 타자다. 수비 능력은 비슷한 것 같다. 범위가 넓고, 어깨도 강한 선수다. 좋은 유격수가 나오면 내 장점을 그 선수와 비교하며 돌아보게 된다.”
오지환(32)의 박성한(24)에 대한 평가다. 시점은 26일 경기를 마친 뒤였다. 연타석 홈런으로 승리한 뒤 수훈선수 인터뷰 때였다. 넉넉한 마음에 후한 인심이 발동했으리라. 하지만 훌륭한 경쟁자라는 인식은 분명해 보인다.
문학의 주중 3연전(26~28일)은 ‘오박시리즈’ 또는 ‘오박대전’으로 불렸다. 골든글러브 후보 간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끈 것이다. 말 그대로 오지환은 장타력이다. 3연전서 홈런 3개를 터트렸다. 1차전 2개, 3차전서는 9회 극적인 동점포를 관중석에 꽂았다. 박성한도 중요한 타석에서 빛났다. 3차전 4회 말. 동점의 발판이 된 우중간 2루타를 터트렸다.
결정적인 장면은 역시 수비였다. 4-3으로 뒤 따갑던 8회 초였다. 서건창의 사구로 무사 1루가 됐다. 다음 박해민은 헛스윙 삼진. 이 때 1루 주자가 스타트했다. 2루에서 여유있는 타이밍이다. 최초 판정도 세이프다.
그런데 박성한이 펄쩍 뛴다. 벤치를 향해 네모를 그린다. 확신에 찬 모습이다. 김원형 감독이 ‘못 이기는 척’ 들어준다. 비디오 판독 요청이다. 이 때만해도 ‘뭔가’했다. 그러나 의문은 금세 풀린다. 느린 화면에 너무도 명확하다. 주자의 발이 잠깐 떨어진 사이, 유격수의 글러브는 집요하다. 포기하지 않고,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판정은 바로 뒤바뀐다. 세이프는 아웃이 됐다. 1사 2루가, 2사에 주자 없음이 됐다. 추격의 흐름이 끊겼다.
김원형 감독은 최근 그런 말을 했다. “나 조차 박성한의 수비를 보다가 깜짝깜짝 놀란다.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기본만 해주면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이다. 감각적인 센스가 뛰어나다. 머리가 좋은 선수라 창의적인 플레이가 돋보인다.”
어제(28일) 장면만 해도 그렇다. 만약 조금이라도 힘으로 밀어낸 상황이라면 반발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거칠고 우악스러움은 없다. 그냥 부드럽게, 그러나 정확하게 왼손의 일을 했다. 기본적이면서도 매우 기교적이다.
다만 태그 위치가 좀 민감하다. 물론 의도적일 리 없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하긴 뭐. 요즘 회자되는 구질도 있다. 심수창 해설위원이 밀고 있는 용어다. 이른바 포심, 투심, 노심과 비슷한(?) 계열이다. 낭심(약칭 NS) 패스트볼이다. 치명적인 급소를 노린 결정구다.
코믹 버전 원조가 있다. 2015년 국민 거포가 시전했다. 피해자는 박석민이다. 투수(벤 헤켄)의 견제구를 받아 태그한 곳이 하필 NS다. 심판의 선언은 세이프. 그러나 박석민은 안전하지 못했다. 한동안 뒤 돌아 말 못할 고통을 참아야했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