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5년 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맞대결에서 이대호(롯데)의 오재원(두산) 훈계 논란이 일었다.
이대호는 2017년 6월 23일 잠실 두산전에서 팀이 1-9로 패한 뒤 3루 팬들에게 인사하기 직전 오재원을 따로 불러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굳은 표정과 함께 손짓으로 뭔가를 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
원인은 8회초 2사 1루 상황 때문이었다. 이대호가 1루에 볼넷 출루한 가운데 대타 이우민의 땅볼 타구를 잡은 오재원이 1루 또는 2루에 송구하지 않고 2루로 뛰어가는 이대호를 태그아웃시켜 이닝을 종료시켰다.
당시 이대호는 “(오)재원이가 태그아웃 상황에서 장난을 치는 것 같아서 경기 끝나고 앞으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라며 “다른 팀 선수를 어떻게 훈계하나. 절대 아니다. 화가 났으면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화가 안 났고, 친한 사이라 그렇게 했다. 다만 팀이 졌기 때문에 웃으면서 말할 순 없었다”라고 훈계 논란을 해명했다.
세월이 흘러 영원할 것만 같았던 이대호가 은퇴 시즌을 치르는 시간이 찾아왔다. KBO리그 10개 구단은 리그의 살아있는 레전드인 이대호의 은퇴투어롤 진행하기로 입을 모았고, 두산이 28일 그 첫 주자로 나서 달항아리, 기념 액자, 꽃다발을 통해 역사상 두 번째 은퇴투어 주인공을 예우했다.
5년 전 일이지만 이대호는 아직도 ‘그 사건’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은퇴 시점에서 떠오르는 두산과의 추억을 묻자 그는 “몇 년 전 오재원과의 사건이 있었다”라고 운을 떼며 “이제야 이야기하지만 워낙 친한 사이다. 팀이 지고 있었던 상황이라 우스운 모습을 보일 수 없었던 것이지 절대 상대팀을 기분 나쁘게 하려고 했던 게 아니다 오재원은 워낙 착하고 좋은 동생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기분 상하셨을 두산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떠나는 길에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감사하다”라고 두산 팬들에게 거듭 사과했다.
기억에 남는 두산전은 2010년 준플레이오프였다. 이대호는 “많은 추억이 있지만 2010년 준플레이오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며 “발목을 다친 상태에서 테이핑과 진통제를 여덟 알 정도 먹고 경기에 나갔다. 마지막 타석에서 고통을 참고 죽기살기로 쳤는데 홈런이 나와 기쁘게 부산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수훈 인터뷰 때도 어지러워서 머리가 빙빙 돌았던 기억이 난다”라고 회상했다.
당시 롯데는 두산에 적지에서 먼저 2승을 선점했지만 3~5차전을 내리 내주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두산이 정성스럽게 마련한 은퇴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대호는 “첫 은퇴투어 행사를 준비해 주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을 것 같다. 또 나를 위해 시간 내서 찾아와주신 롯데팬과 두산팬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이렇게 축하 받으며 떠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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