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49)를 쏙 빼닮은 외모로 유명한 투수 미치 화이트(28·LA 다저스)가 또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대체 선발로 준수한 활약을 했지만 메이저리그의 세계는 냉엄했다.
화이트는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6이닝 9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했다. 다저스가 3-8로 패하긴 했지만 화이트는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로 자신의 몫을 다했다.
워커 뷸러의 부상으로 지난달 26일 빅리그에 재콜업된 화이트는 6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만 안았지만 평균자책점 3.56으로 역투했다. 6경기 모두 최소 4이닝 이상 던졌고, 7월 4경기에선 모두 5이닝 이상 안정적으로 막았다. 올 시즌 전체 성적도 15경기(10선발) 56이닝 1승2패 평균자책점 3.70 탈삼진 47개로 나쁘지 않다.
그러나 28일 워싱턴전을 앞두고 화이트는 마이너리그 옵션을 통해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로 내려갔다. 어깨 염좌로 부상자 명단에 있던 앤드류 히니가 이날 선발투수로 복귀하면서 화이트가 로스터에서 빠진 것이다.
화이트의 마이너행은 올 시즌 두 번째. 2020년 데뷔 후 처음으로 개막 로스터에서 시작한 화이트는 코로나 이슈로 잠시 이탈했지만 5월 중순 복귀 후 클레이튼 커쇼의 대체 선발로 4경기 연속 나섰다. 당시 4경기 평균자책점 3.31로 호투했지만 커쇼가 골반 부상에서 돌아오자 곧장 마이너행 통보를 받았다. 화이트는 2020년 빅리그 데뷔 첫 해 5번, 지난해 11번 그리고 올해 2번으로 3년간 총 18번이나 마이너로 강등됐다.
미국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에 따르면 화이트는 "짜증난다. 난 여기에 있고 싶다"고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이해는 된다. 장기적인 계획에서 이치에 맞는 결정이다. 구단이 어리석은 결정을 한 게 아니다. 객관적으로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만 불행하게도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며 애써 현실을 받아들였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어려운 결정이었다. 성과와 능력주의를 설파해왔지만 이번에는 비즈니스 측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화이트는 마이너 옵션을 갖고 있었고, 로스터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며 "화이트가 프로 의식으로 이해하긴 했지만 감정적으로는 동의하지 못했다. 어려운 대화였지만 그는 자신의 감정이 옳다는 것을 성과로 보여줬다"고 이해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신분이다. 화이트는 지난 2019년 11월 다저스 40인 로스터에 들어왔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40인 로스터에 있는 선수를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내려면 마이너 옵션을 써야 하는데 총 3차례 사용 가능하다. 40인 로스터 선수가 한 시즌 마이너리그에 머문 기간이 20일 이상 되면 옵션을 한 번 소진한 것으로 간주된다. 화이트는 지난해까지 옵션을 두 번 소진했다. 3번의 옵션을 다 쓰면 구단 마음대로 마이너로 보낼 수 없다. 다른 팀으로 이적 가능한 양도 지명(DFA)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올해 노사협약(CBA) 개정으로 마이너 옵션을 통한 마이너행은 한 시즌에 5차례까지만 하도록 바뀌었다. 지난해처럼 수시로 이동하진 않아도 되지만 풀타임 빅리거가 되는 길이 만만치 않다. 화이트 나름대로 잘 던지고 있지만 확실하게 선발 한 자리를 꿰찰 정도는 아니다. 다저스 마운드가 워낙 탄탄하다 보니 언제든 활용 가능한 예비 자원으로 이동이 잦을 수밖에 없다. 이번 트리플A행으로 마지막 남은 마이너 옵션이 소진될 화이트는 내년 시즌에야 신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