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포항 삼성-한화전에서 낯선 장면이 연출됐다.
6-3으로 앞선 삼성의 6회초 수비. 선발 알버트 수아레즈에 이어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랐다. 오승환이 6회 이전에 등판한 건 2010년 6월 17일 사직 롯데전 이후 4423일 만이다.
개인 통산 357세이브에 빛나는 오승환은 이달 들어 3경기 연속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다소 부진한 모습이었다. 이에 삼성 벤치는 오승환의 투입 시점에 변화를 주게 됐다. 물론 보직 변경은 아니다. 오승환의 구위 회복을 위한 일시적인 조치라고 보면 된다.
오승환은 첫 타자 장진혁을 3구 삼진으로 잡아낸 데 이어 최재훈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2사 후 노수광을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전광판 기준 최고 구속은 145km까지 나왔다. 오승환은 9-3으로 앞선 7회 우완 이승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오승환은 이날 경기 전까지 7월 4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를 떠안았다. 평균자책점은 무려 18.90에 이르렀다. 모두가 알고 있는 오승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됐다. 그렇다고 에이징 커브는 아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좋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데 현존 최강 클로저 오승환이기에 걱정 가득한 시선으로 쳐다볼 수밖에.
정현욱 투수 코치와 권오준 불펜 코치의 존재도 오승환에게 아주 큰 힘이 된다. 정현욱 투수 코치와 권오준 불펜 코치는 현역 시절 오승환과 함께 삼성의 지키는 야구를 이끈 핵심 멤버다.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을 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인간적인 신뢰가 아주 두텁다. 오승환도 정현욱 투수 코치와 권오준 불펜 코치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오승환은 27일 경기 후 "정현욱 코치님, 권오준 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코치님들이 믿음을 줘서 더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KBO리그의 맏형이 됐지만 오승환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바탕으로 20대 선수 못지 않은 체력을 자랑한다. 같이 훈련하는 후배 투수들도 놀라고 자극받는다.
발목 상태가 100% 회복된 건 아니지만 벤치에서 등판 간격과 투구수를 조절해준다면 얼마든지 오승환다운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 잠시 부침을 겪더라도 보란듯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거라고 모두가 믿고 있다.
오승환은 오승환이다. 이름 석 자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선수라는 의미다. 오승환이 삼성의 뒷문을 지키는 게 모두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