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거포’ KT 박병호가 단 한 번의 스윙으로 ‘제사장’ 키움 홍원기 감독의 승리 주문을 깼다.
박병호가 끝내기 투런 홈런을 날리고 다이아몬드를 돌아 홈을 밟는 순간, 그를 맞이하는 KT 선수단의 모습은 마치 긴 가뭄 끝 단비를 부른 제사장을 향한 경배의 몸짓이었다.
2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 KBO리그 역대 최소경기-최연소 1000안타 기록 초읽기에 들어간 이정후의 솔로포-역전 2타점 2루타 맹활약으로 9회말 키움 리드 4-3 상황에 돌입했다.
한 점을 지키기 위해 키움은 마무리 문성현을 투입한 상황. 2아웃까지 잘 잡아낸 문성현은 이날 경기에서 투런포를 쏘아올린 KT 알포드에게 7구 승부 끝 볼넷을 내줬다.
다음 타석은 박병호. 그를 누구보다 잘 아는 키움 홍원기 감독은 ‘제사장’ 모드에 돌입, 마운드를 방문해 문성현-이지영 배터리와 내야수들을 모두 모아 대화를 나눴다. 마운드 방문시 승률 100%인 홍원기 감독의 등장에 직관 온 3루 측 팬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1점차 뒤지고 있는 9회말 2아웃 1루. 노 스트라이크 3볼에서 마음먹고 타격을 결심하고, 자신의 스윙을 가져갈 수 있는 타자가 얼마나 있을까.
만약을 현실로 옮긴 ‘국민 거포’ 박병호가 끝내기 투런포를 치고 의기양양하게 향할 때, KT 선수들을 홈 베이스를 앞에 두고 둥글게 둘러쌓은 채 두 팔을 번쩍 들어 그를 맞이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중 단비를 부른 제사장을 향한 감동의 몸짓처럼.
프로페셔널한 KT 박병호는 친정 키움을 만나 단 한 번의 스윙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장마가 끝난 뒤 피치를 올리는 KBO리그에 ‘국민 거포’ 박병호가 제사장이 되어 승리의 끝내기 물세례를 불렀다. /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