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전국을 제패했던 강릉고등학교 에이스는 어디로 간 것일까. 롯데 2년차 좌완 기대주 김진욱이 거듭된 부진 속 결국 2군행을 통보받았다.
지난 27일 좌완투수 김진욱을 전격 2군으로 내린 롯데 래리 서튼 감독. 26일 잠실 두산전 경기 내용이 결정적이었다. 7일 인천 SSG전을 끝으로 무려 3주 가까이 재정비 시간을 가졌지만 두산을 상대로 ⅓이닝 2피안타 3볼넷 5실점 조기 강판을 당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3⅓이닝 4실점(3자책)을 기록했던 7일 SSG전보다 투구 내용이 더 악화됐고, 이번에도 불펜과 달리 마운드에만 오르면 자기 공을 못 던진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27일 잠실에서 만난 서튼 감독은 “김진욱의 큰 도전과제는 불펜에서의 모습을 마운드에서도 보여주는 것”이라며 “롯데에 와서 분명 성장했고, 좋아진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꾸준히 나오지 않는다. 아직 프로에 입문한지 얼마 안 된 저연차 어린선수라 발전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향후 꾸준함이 요구된다”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김진욱의 아마추어 시절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강릉고등학교 시절 전국구 에이스로 이름을 날린 그는 2020년 8월 제54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최우수선수와 우수투수상 수상과 함께 팀의 창단 첫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 2021 롯데 2차 1라운드 1순위로 당당히 프로에 입성했다.
사실 데뷔 첫해 성적도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39경기에 출전한 가운데 4승 6패 8홀드 평균자책점 6.31로 부침을 겪었다. 선발과 불펜의 격차가 컸다. 구원으로 나섰을 때 34경기 4승 3패 8홀드 평균자책점 3.29로 호투한 반면 선발 마운드에선 5경기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10.80으로 흔들렸다. 그리고 올해는 12경기 모두 선발로 나섰는데 역시나 2승 5패 평균자책점 6.31로 부진했다.
사령탑도 기대주의 거듭된 부진이 답답할 노릇이다. 서튼 감독은 “김진욱의 정확한 부진 원인을 안다면 이미 난 백만장자가 됐을 것”이라고 농담하며 “아무래도 멘탈적인 요소가 지배적인 것 같다. 메이저리그를 보면 켄 크리피 주니어처럼 고교 졸업 후 바로 성공하는 사례가 있는 반면 대부분은 프로 입단 후 더블A에서 커리어가 중단되기도 한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경기력을 크게 보면 결국 문제는 제구다. 항상 완벽한 제구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스트라이크존 근처에는 던질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 노력하고 성장해야 한다”라며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선수마다 다르다. 다만 선수가 열 수 없는 문을 코치들이 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멘탈과 신체 모두 많은 조언을 해줄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진욱은 상동에서 1군에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계속 선발 준비를 할 계획이다. 서튼 감독은 “김진욱은 2군에서 선발 로테이션 루틴을 정립할 계획이다. 선발투수의 성공이라는 정의를 재정립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김진욱은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그래서 완벽한 투구를 추구한다. 아마 그게 꾸준하지 못한 이유일 수도 있다. 생각을 심플하게 갖고 돌아오길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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