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오지안(至安), 이제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07.27 10: 39

[OSEN=백종인 객원기자] 중복답다. 30도를 훌쩍 넘긴다. 날씨야 그러거나 말거나. 그래도 가을 분위기 난다. 적어도 인천 문학동은 그렇다. 쟁쟁한 팀끼리 붙었다. 1만1063명이 입장했다. (7월26일, 문학 LG-SSG 경기)
1회 초. 원정 팀이 힘을 낸다. 채은성이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2점짜리다. 여기까지는 예고편이다. 2회가 결정적이다. 선두 오지환부터 출발이다.  4구째 슬라이더(카운트 2-1)를 들어올렸다. 우익수 한유섬은 한 발짝도 안 움직인다. 맞는 순간 이미 홈런이다.
3루쪽 덕아웃에 활기가 넘친다. 기운은 그대로 이어진다. 안타와 실책으로 주자를 모으더니, 김현수가 싹쓸이 2루타로 타점을 적립한다. 6-0. 사실상 이걸로 승부는 끝이다.
하지만 하나 더 남았다. 이날 주연 배우의 두번째 씬이다. 무사 1루서 풀카운트 실랑이다. 결국 상대는 갈 곳이 없다. 7구째 패스트볼(142㎞)이 가운데로 몰린다. 이번 비행 루트는 왼쪽이다. 스코어 8-0, 상대 선발(오원석)이 강판됐다. 홈 팀의 연승 행진도 멈춰야 했다.
오지환이 3회 좌월 투런 홈런을 치고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2.07.26 /sunday@osen.co.kr
트윈스의 상승세가 꾸준하다. 몇 가지 요인 덕이다. 그의 몫도 핵심적이다.
우선은 탄탄한 수비력이다. 박해민과 구축한 센터라인의 안정감은 발군이다. 디펜스 때문에 중하위권을 맴도는 팀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리고 장타력이다. 잠실 팀 주제(?)에 홈런 1위다. 이날도 4개를 터트렸다. 2개는 그의 손목에서 나왔다. 벌써 16개째다. 이러다 20-20 한다는 소리도 나올 법하다(현재 16-13).
무엇보다 가슴에 달린 C자가 눈에 띈다. 그라운드에서, 덕아웃에서, 그리고 클럽하우스에서. 묵묵하고, 성실한 리더십을 실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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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이다. 야구사에 가장 어두운 날들이 있었다. 불쑥 정치가 나타났다. 국회, 청문회 같은 거창한 단어가 등장했다. 논의하는 법안에는 그의 이름이 붙었다. 포털 사이트 (스포츠 카테고리에) 댓글창이 사라지기 전이다. 압도적 지분이 그의 몫이었다. 차라리 욕설은 애교다. 가족에 대한 모욕과 위협도 난무했다.
파란만장, 우여곡절의 몇 년을 겪었다.
지난 해. 또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팀은 부진했지만, 그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팬들이 조금씩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후불제 병역특례’라는 면책 사유를 붙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다. 어쩌면 가장 몰입하는 시즌을 치르는 지 모른다.
tvN 명작 ‘나의 아저씨’의 16화 엔딩 장면이다. 타이틀 곡 ‘어른’이 배경에 깔린다.
“고단한 하루 끝에 떨구는 눈물 / 난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아플 만큼 아팠다 생각했는데 / 아직도 한참 남은 건가 봐 (중략)
나는 내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 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
이선균(박동훈 역)이 돌아선 이지은(이지안 역)의 뒷모습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이런 독백이 흐른다. “지안(至安).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올스타전 홈런레이스를 앞두고 오지환이 아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7.15 /cej@osen.co.kr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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