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구 투혼→투구수 제한 결승 미출장→준우승, 에이스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7.26 06: 37

투구수 제한 규정으로 결승전 출전이 제한됐고, 팀이 준우승을 거뒀지만 충암고 에이스 윤영철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그보다는 준결승에서 혼신의 투구를 펼치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는 자부심이 더 커보였다.
이영복 감독이 이끄는 충암고등학교는 지난 25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유신고등학교에 1-3으로 패하며 2연패 도전이 좌절됐다.
에이스의 공백이 치명적이었다. 이번 대회 3경기 3승 평균자책점 0(17⅔이닝 무실점)에 빛나는 윤영철은 지난 23일 장충고와의 준결승에서 103구 투혼을 펼치며 결승전 등판이 불발됐다. 투수들의 혹사를 막기 위해 투구수가 91개 이상일 경우 4일 휴식 후 등판할 수 있다는 규정에 출전이 막혔다. 이에 좌완 이태연이 선발로 나서 4⅓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3실점으로 분전했지만 패배를 막을 수 없었다.

충암고 윤영철(좌)-김동헌 배터리 / backlight@osen.co.kr

경기 후 만난 윤영철은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준우승을 해서 아쉽긴 하다”라며 “더그아웃에서 이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응원했다. 아쉽게 졌지만 열심히 응원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앞으로 준비 잘해서 다음 달에 더 잘해보도록 하겠다”라고 대회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직접 던지지 못해 아쉽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아쉽긴 했지만 내가 준결승에서 던져서 결승까지 온 것이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라고 성숙한 답변을 했다.
수원 유신고가 3년 만에 청룡기 왕좌를 탈환했다.홍석무 감독이 이끄는 유신고등학교는 25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이영복 감독이 이끄는 충암고등학교를 3-1로 꺾었다.경기 종료 후 충암고 김동헌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2.07.25 /ksl0919@osen.co.kr
주전 포수이자 주장인 김동헌 또한 아쉬운 건 마찬가지였다. 이날 4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무안타에 그쳤고, 마지막 타석에서 사구를 골라낸 뒤 햄스트링에 통증이 찾아오며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그는 결국 팀이 패배하자 눈물을 보였다.
김동헌은 “여기까지 어렵게 올라왔고, 마지막까지 잘해서 웃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상대방이 잘한 거니까 인정하고 다음 주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경기 후 흘린 눈물의 의미도 물었다. 김동헌은 “중3 때도 결승전 패배로 울었는데 3년이 지나 또 울었다”라고 멋쩍게 웃으며 “내가 주장이고, 청룡기 2연패도 달렸고, 3학년이 많이 없어서 후배들도 많이 도와줬다. 내가 잘해서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잘 안 돼서 팀에게 미안했다”라고 밝혔다.
김동헌은 이날 주장답게 1-3으로 뒤진 9회 1사 후 사구를 얻은 뒤 더그아웃을 향해 양 손으로 호응을 유도하며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다.
수원 유신고가 3년 만에 청룡기 왕좌를 탈환했다.홍석무 감독이 이끄는 유신고등학교는 25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이영복 감독이 이끄는 충암고등학교를 3-1로 꺾었다.경기 종료 후 충암고 윤영철이 감투상을 수상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07.25 /ksl0919@osen.co.kr
사구 때문에 아프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아픈 것도 있었는데 거기서 아픈 티를 내는 것보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런 세리머니가 나왔다”라고 답했다.
윤영철과 김동헌은 2004년생 동갑내기 절친 사이다. 당연히 배터리 호흡도 찰떡이다. 윤영철은 “(김)동헌이는 방망이가 좋고, 공을 잘 잡아주는 안정감 있는 포수다. 블로킹이 좋아 변화구를 확실하게 믿고 던질 수 있다. 프레이밍도 잘한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자 김동헌도 “(윤)영철이를 6년 동안 봤는데 항상 내 기대보다 더 잘 던진다. 볼배합을 할 때도 서로 믿고 있어 되게 편하다. 대표팀도 같이 가게 됐다”라고 훈훈한 덕담 타임을 가졌다.
충암고는 8월 1일부터 열리는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참가한다. 2일 목동에서 성남고와의 한판승부가 예정된 가운데 두 선수는 “대통령배는 무조건 우승이다”라고 입을 모으며 청룡기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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