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수 제한 규정으로 결승전 출전이 제한됐고, 팀이 준우승을 거뒀지만 충암고 에이스 윤영철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그보다는 준결승에서 혼신의 투구를 펼치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는 자부심이 더 커보였다.
이영복 감독이 이끄는 충암고등학교는 지난 25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유신고등학교에 1-3으로 패하며 2연패 도전이 좌절됐다.
에이스의 공백이 치명적이었다. 이번 대회 3경기 3승 평균자책점 0(17⅔이닝 무실점)에 빛나는 윤영철은 지난 23일 장충고와의 준결승에서 103구 투혼을 펼치며 결승전 등판이 불발됐다. 투수들의 혹사를 막기 위해 투구수가 91개 이상일 경우 4일 휴식 후 등판할 수 있다는 규정에 출전이 막혔다. 이에 좌완 이태연이 선발로 나서 4⅓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3실점으로 분전했지만 패배를 막을 수 없었다.
경기 후 만난 윤영철은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준우승을 해서 아쉽긴 하다”라며 “더그아웃에서 이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응원했다. 아쉽게 졌지만 열심히 응원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앞으로 준비 잘해서 다음 달에 더 잘해보도록 하겠다”라고 대회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직접 던지지 못해 아쉽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아쉽긴 했지만 내가 준결승에서 던져서 결승까지 온 것이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라고 성숙한 답변을 했다.
주전 포수이자 주장인 김동헌 또한 아쉬운 건 마찬가지였다. 이날 4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무안타에 그쳤고, 마지막 타석에서 사구를 골라낸 뒤 햄스트링에 통증이 찾아오며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그는 결국 팀이 패배하자 눈물을 보였다.
김동헌은 “여기까지 어렵게 올라왔고, 마지막까지 잘해서 웃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상대방이 잘한 거니까 인정하고 다음 주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경기 후 흘린 눈물의 의미도 물었다. 김동헌은 “중3 때도 결승전 패배로 울었는데 3년이 지나 또 울었다”라고 멋쩍게 웃으며 “내가 주장이고, 청룡기 2연패도 달렸고, 3학년이 많이 없어서 후배들도 많이 도와줬다. 내가 잘해서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잘 안 돼서 팀에게 미안했다”라고 밝혔다.
김동헌은 이날 주장답게 1-3으로 뒤진 9회 1사 후 사구를 얻은 뒤 더그아웃을 향해 양 손으로 호응을 유도하며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다.
사구 때문에 아프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아픈 것도 있었는데 거기서 아픈 티를 내는 것보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런 세리머니가 나왔다”라고 답했다.
윤영철과 김동헌은 2004년생 동갑내기 절친 사이다. 당연히 배터리 호흡도 찰떡이다. 윤영철은 “(김)동헌이는 방망이가 좋고, 공을 잘 잡아주는 안정감 있는 포수다. 블로킹이 좋아 변화구를 확실하게 믿고 던질 수 있다. 프레이밍도 잘한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자 김동헌도 “(윤)영철이를 6년 동안 봤는데 항상 내 기대보다 더 잘 던진다. 볼배합을 할 때도 서로 믿고 있어 되게 편하다. 대표팀도 같이 가게 됐다”라고 훈훈한 덕담 타임을 가졌다.
충암고는 8월 1일부터 열리는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참가한다. 2일 목동에서 성남고와의 한판승부가 예정된 가운데 두 선수는 “대통령배는 무조건 우승이다”라고 입을 모으며 청룡기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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