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을 잘 던지라고 볼을…요키시 영상 계속 봐" 강철매직, 특명 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7.26 06: 18

KT는 후반기 첫 경기였던 지난 22일 대전 한화전 선발투수로 좌완 웨스 벤자민(29)을 내세웠다. 한화 다음으로 맞붙는 키움과 LG전의 상대성을 고려한 선발 로테이션 조정이었지만 벤자민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벤자민이 좋은 것을 갖고 있다. 기본적인 구위가 나쁘지 않다. 안 좋은데 일부러 로테이션 때문에 (후반기 1선발로) 들어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벤자민은 5이닝 8피안타(3피홈런) 2볼넷 3탈삼진 4실점(3자책)으로 패전을 안았다. 지난달 초 대체 선수로 합류한 뒤 5경기(24⅔이닝) 1승2패 평균자책점 4.01 탈삼진 23개로 나쁘지 않지만 강렬하지도 않다.

KT 벤자민이 불펜피칭을 하고 있다. 2022.06.01 /sunday@osen.co.kr

이튿날 이 감독은 “벤자민이 타점도 높고, 디셉션이나 스피드도 괜찮다. 커브, 슬라이더 각도 크다. 에릭 요키시(키움)와 비슷한 유형이다”며 “여기서 성공하려면 스트라이크와 비슷한 볼을 던져야 한다. 요키시는 그걸 잘하는 데 벤자민은 아직이다. 유인구를 던질 줄 알아야 하는데 생각이나 마인드를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전에서 벤자민은 최고 147km, 평균 144km 포심(36개) 커터(17개) 투심(1개) 패스트볼 외에 슬라이더(26개), 커브(10개), 체인지업(9개)을 던졌다. 4회 노시환에게 포심, 김인환에게 커터를 맞아 백투백 홈런을 허용한 뒤 하주석과 이진영에게도 커터를 던지다 연속 안타를 맞았다. 패스트볼 위주로 승부를 들어가다 집중타를 허용했다.
이 감독은 24일에도 덕아웃을 지나가는 벤자민과 통역에게 “볼을 잘 던져야 한다고 얘기해라. 볼을 잘 던져야 한다고”라며 “요키시 영상 꼭 계속 돌려 보라 해라”고 주문했다. 벤자민도 이 감독의 특명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12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키움 선발 요키시가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2.07.12 / ksl0919@osen.co.kr
지난 2019년 키움에 온 요키시는 올해로 4년째 KBO리그에서 롱런하고 있다. 통산 106경기(634⅔이닝)에서 49승29패 평균자책점 2.68 탈삼진 487개로 꾸준함을 보이고 있다. 벤자민과 같은 188cm 좌완 투수로 불같은 강속구는 없다. 하지만 주무기 투심을 비롯해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을 강약 조절하면서 던진다. 제구도 안정돼 있고, 공을 숨겨 던지는 디셉션 동작도 좋아 KBO리그에서 가장 까다로운 투수로 꼽힌다.
벤자민의 전임자였던 윌리엄 쿠에바스도 좋은 구위와 커브를 갖고 있지만 불리한 카운트에서 빠른 공으로 정면 승부를 고집하면서 이 감독의 애를 태웠다. 2019년부터 3년간 이 감독과 수없이 ‘밀고 당기기’ 과정을 거쳐 지난해 팀의 창단 첫 통합 우승 주역이 됐다.
이 감독은 “벤자민과도 몇 번 얘기를 했는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 급한 상황이 되면 그렇게 안 한다”며 웃은 뒤 “쿠에바스처럼 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이 감독이 쿠에바스 사례를 언급할 만큼 자질을 좋게 보고 있다는 점에서 벤자민에게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를 가질 만하다.
KT 이강철 감독이 새 외국인 투수 벤자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06.01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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