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방출 투수가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 팀의 불펜 에이스로 거듭났다. LA 다저스의 저점 매수가 또 대박을 쳤다. 이번에는 우완 투수 필립 에반스(28)가 그 주인공이다.
다저스는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7-4로 승리했다. 선발 클레이튼 커쇼가 4⅓이닝 4실점으로 흔들렸지만 불펜투수 5명이 4⅔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며 승리를 뒷받침했다. 7회 3번째 투수 에반스가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이날까지 필립스는 시즌 39경기에서 39이닝을 던지며 5승3패1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1.62 탈삼진 45개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22경기 중 21경기에서 무자책점으로 이 기간 평균자책점 0.43의 위력을 떨치고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필립스는 5월말부터 우타자 몸쪽으로 던질 수 있는 구종의 필요성을 느꼈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는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필립스는 반대로 향하는 2016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마이너리거 시절 이후 6년 만에 싱커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22일 신시내티 레즈전부터 실전에서 싱커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아직 총 23개의 싱커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평균 구속 96.5마일(155.4km)로 빠르다. 포심-슬라이더 투피치에 가까웠던 필립스에게 투심이 추가되면서 타자들이 더욱 어려워한다.
신시내티전 이후 최근 14경기에서 13⅓이닝 동안 안타 4개, 볼넷 3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삼진 13개를 잡으며 딱 1실점하면서 거의 언터쳐블에 가까운 투수가 됐다. 필립스는 “시즌 중 구종을 추가하는 것이 쉬운 프로젝트는 아니다. 하지만 난 싱커를 던진 적이 있고, 주변에서도 많은 노력을 해줬다. 다저스 구단에서도 내가 싱커를 던지는 것을 편하게 받아줬다”며 고마워했다.
지난 2018년 애틀랜타에서 메이저리그 데뷔한 필립스는 볼티모어 오리올스, 탬파베이 레이스를 거쳐 지난해 8월 다저스에 왔다. 지난해까지는 4년간 통산 56경기(67⅓이닝) 2승4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6.68로 평균 이하의 투수였다. 9이닝당 볼넷 6.0개로 제구도 별로였다.
지난해 8월 탬파베이에서 양도 지명(DFA) 처리돼 방출 절차를 밟았다. 이때 다저스가 클레임을 통해 필립스를 데려왔다. 지난해 다저스 이적 후 7경기(10⅓이닝) 1승1패 평균자책점 3.48로 가능성을 보여줬고, 올해는 불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9이닝당 볼넷 2.5개로 불안한 제구도 잡았다.
다저스는 2015년부터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체제에서 조 블랜튼, 브랜든 모로우, 다니엘 허드슨, 딜런 플로로, 제이크 맥기, 필 빅포드, 지미 넬슨, 코리 크네이블 등 다른 팀들이 포기한 투수들을 데려와 핵심 불펜으로 쏠쏠하게 활용했다. 올해는 필립스뿐만 아니라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논텐더 방출된 옌시 알몬테도 있다. 다저스와 마이너 계약을 한 알몬테는 빅리그 콜업 후 24경기(26⅓이닝) 1세이브5홀드 평균자채점 1.37 탈삼진 25개로 활약 중이다.
허드슨, 블레이크 트레이넨, 브루스더 그라테롤 등 주축 구원투수들이 계속 부상으로 이탈한 다저스이지만 필립스와 알몬테 등 싸게 영입한 투수들이 불펜 핵심으로 거듭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그 결과 최근 8연승 포함 64승30패로 메이저리그 전체 최고 승률(.681)을 질주 중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