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복 감독의 19년 관록이 초보 사령탑 홍석무 감독의 패기에 무너졌다. 준결승전에서 103구를 던진 에이스 윤영철이 그리웠다.
이영복 감독이 이끄는 충암고등학교는 25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홍석무 감독이 이끄는 유신고등학교에 1-3으로 패하며 2연패 도전이 좌절됐다.
관록의 충암고와 패기의 유신고가 결승에서 만났다. 충암고 야구부는 1970년 창단 이후 전국대회 10회 우승(청룡기 2021, 대통령배 1990 2021, 황금사자기 1990 2009 2011, 봉황대기 1977 1988 1995 2007)에 빛나는 야구 명문 구단. 이영복 감독이 2004년 부임 후 19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반면 1984년 창단된 유신고 야구부는 전국대회 우승은 2019년 청룡기, 황금사자기, 2005년 봉황대기 등 3차례가 전부였다. 그리고 팀을 오랫동안 맡았던 이성열 감독이 일신상의 이유로 물러나며 지난 11년 동안 코치를 맡았던 홍석무 감독이 올해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경기 전 만난 양 팀 사령탑의 태도 또한 대비됐다. 경험이 풍부한 이영복 감독은 “감독보다 선수들이 2연패를 향한 욕심이 있다. 상대를 생각하기보다 하던 대로 하면 잘 풀릴 것 같다. 선수가 감독보다 낫다”라고 웃으며 여유를 보인 반면 홍석무 감독은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충분히 박수 받을 일이다. 나보다 선수들이 한 팀이 돼서 잘 싸워왔다. 결승전도 최선을 다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온도차가 느껴진 인터뷰였다.
결과는 패기의 승리였다. 유신고가 4회 선취점을 뽑았다. 2사 후 김승주가 우전안타와 폭투로 득점권에 도달한 가운데 박지혁이 1타점 2루타, 정영진이 1타점 좌전 적시타로 2-0을 만들었다. 충암고 좌완 이태연을 상대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충암고의 관록 또한 만만치 않았다. 5회초 2사 후 이충헌이 우측 깊숙한 곳으로 3루타를 날린 뒤 대타로 나선 이신혁이 절묘한 내야안타로 추격의 1타점 올렸다. 이영복 감독은 2학년 김민석을 1학년 이신혁으로 교체하는 남다른 용병술을 뽐냈다.
유신고는 5회말 1사 후 박태완-백성윤이 연속안타, 변헌성이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었다. 이후 황준성이 1타점 내야땅볼로 다시 격차를 벌리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충암고는 에이스 윤영철의 공백이 아쉬웠다. 이번 대회 3경기 3승 평균자책점 제로에 빛나는 윤영철은 지난 23일 장충고와의 준결승에서 103구를 던지며 이날 등판이 불발됐다. 투수들의 혹사를 막기 위해 투구수가 91개 이상일 경우 4일 휴식 뒤 등판이 가능하다는 규정에 출전이 막혔다. 선발 이태연이 4⅓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3실점으로 분전했지만 패배를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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